북한이 최근 공개한 우라늄 농축 시설은 북한 결단에 따라 폐기해야 할 대상이지, 북한이 제안한 것처럼 사찰 대상이 될 수는 없다고 정부 고위관계자가 22일 밝혔다.

북한의 종전 핵 개발 방식이었던 플로토늄 재처리는 핵무기로 전용되는 과정을 감시하고 방지할 수 있지만, 새로운 핵 개발 방식인 우라늄 농축은 단기간에 장소를 숨겨가며 진행할 수 있는 만큼 사찰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북이 우라늄 시설에 대한 사찰을 제안한 것은 북이 자신의 핵 개발을 추인받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북한은 최근 방북한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와 앞서 방북했던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등을 통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수용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전후 맥락 없이 IAEA 사찰 수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비핵화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자신들의 우라늄 농축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본다”면서 “우라늄 농축시설을 사찰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IAEA 사찰관들에게 농축우라늄 시설을 실제 가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이는 북한의 우라늄 농축을 통한 핵능력을 확인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영변의 플루토늄 관련 시설은 사용한 지 오래돼 가동하기 어려운 상태이거나 실제 가동하기엔 위험한 상태일 것으로 추정되므로 이 시설에 대한 사찰은 이미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11월 초 방북한 미국 핵 전문가 헤커(Hecker) 박사를 통해 우라늄 농축 시설인 원심분리기 1000여개를 공개했다. 이어 지난 9일 방북한 다이빙궈 국무위원에겐 김정일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 수용을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어 16~21일 방북한 빌 리처드슨 주지사에겐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 사찰관의 복귀 허용과 사용 전 연료봉 해외반출 의사를 밝혔다.

/정우상 기자 imagin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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