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좀 해보려고만 하면 북한 때문에.”

요즘 민주당 내에서 손학규 대표와 북한과의 악연(惡緣)을 거론하는 인사가 적지 않다. “손 대표가 정치적인 승부수를 던질 때마다 북한이 손 대표의 스텝을 꼬이게 한다”는 얘기다.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처리에 반발, 장외투쟁을 주도하던 손 대표는 21일 원내(院內)에 한발을 들여 놓기로 결정했다. ‘우리 군의 연평도 해상포격훈련과 북한의 보복 협박’이라는 현안과 관련해 이날 열린 국회 국방위와 외통위에 민주당 의원을 참여시킨 것이다. 이날 두 상임위는 민주당이 소집을 요구해 열렸다.

손 대표는 지난 14일 시작된 전국 순회 규탄대회를 통해 반(反)정부 여론을 띄우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특히 ‘형님예산’ 공세에 거의 올인을 하다시피 했고, “이제 그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 게 손 대표측의 판단이었다. 이 와중에 북한 관련 이슈가 불거졌고 민주당 인사들은 “형님예산 문제가 희석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렇다고 장외투쟁에만 집중했다가는 “안보에는 등을 올렸다”는 비난이 예상되기 때문에, “관련 상임위 소집요구 등 공세적으로 나가자”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손 대표는 지난달 23일에도 북한에 발목이 잡힌 바 있다. 북의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 때문이었다. 그날 손 대표는 ‘청와대 불법사찰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및 특별검사제 도입을 요구하면서 서울광장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그는 “국민을 대신해 이명박 대통령을 깨우는 나팔수가 되고자 한다”며 광화문 광장에서 트럼펫을 부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당 대표 취임 이후 처음으로 마음먹고 결행한 장외투쟁이었지만 북한의 도발로 반나절 만에 국회로 돌아와야 했다.

이뿐 아니라 지난 2006년에도 손 대표는 북한과 얽힌 악몽이 있다. 한나라당 대권 주자로서 시작한 ‘100일 민생 대장정’의 마지막 날인 2006년 10월 9일, 손 대표의 서울역 귀경 행사는 북한이 1차 핵실험을 강행하는 바람에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최재혁 기자 jhc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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