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긴급 소집된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관진 국방장관은 “수고했다”는 국방위원들의 격려에도 시종 굳은 표정이었다. 전날 연평도 포(砲) 사격 훈련을 무사히 마친 김 장관은 앞서 이날 오전 청와대 국무회의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이 “수고했다”며 악수를 청하자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손만 내밀어 악수했다.

지난 7일 취임 이후 10여일 만에 ‘주권(主權) 행사’라는 의미까지 부여된 첫 시험대를 무난히 넘겼다는 평이지만, 북한의 추가도발 가능성이 계속되는 상황의 엄중함에 대한 부담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이날 국방위 답변에서 “사격 훈련을 통해 확고한 서북도서 방어와 서해 북방한계선(NLL) 등 영토 주권 수호에 대한 우리의 의지를 나타냈다”며 “특히 우리 군은 중국·러시아 등 주변국의 (훈련 자제) 요청과 북한의 위협적 언동에도 단호한 조치로 국민의 안보 불안감을 해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훈련을 “북이 도발을 획책한 우리 영토를 수호하기 위한 목적의 당연하고도 정당한 권리 행사”라고 규정, 북한의 도발을 겨냥한 우리의 응전(應戰)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특별 훈련’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김 장관은 “북한은 이번 훈련을 계기로 도발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대북(對北) 경고메시지도 보냈다. 김 장관은 특히 ‘사격훈련으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키운 것 아니냐’는 민주당 의원들의 질문에 “적(敵) 도발에 대한 응징은 정의(正義)의 문제다.

적이 도발했다고 우리가 사격훈련을 하지 않으면 굴종하는 것 아니냐. 오히려 우리가 만반의 대비책을 갖추고 훈련했기 때문에 적이 도발할 엄두를 내지 못한 것”이라고 맞받았다. 그는 ‘군사적 대응보다 이성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민주당 안규백 의원의 지적에는 “우리는 먼저 도발한 적이 없다. 이성을 촉구해야 할 대상은 북한 당국”이라고도 했다.

김 장관은 그러면서도 북한의 다양한 형태의 기습적 도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려했다. 그는 “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항상 있다. 우리의 (대비태세가) 취약하다고 보는 시기에 기습도발을 선호할 것”이라면서 “적의 위협이 가시적으로 감소했다고 판단될 때까지 F-15K 등 공중전력의 무장 대기태세를 유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날 오후 예정된 애기봉 등탑(燈塔) 점등 행사를 겨냥한 북 도발 가능성에 대해 “(만약 도발하면) 포격 원점을 제거할 수 있도록 과감히 응징할 것이며, 이를 위한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김 장관은 전력(戰力) 증강과 대북 심리전 재개 가능성도 밝혔다. 그는 주한미군의 전력증강 필요성에 대해 “적극 동의하며 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고, 스텔스 전폭기와 정밀유도무기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도 “급한 것은 빨리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는 “대북 확성기도 심리전 수단이므로 언제든 활용할 생각이다. 상황과 조건이 되면 바로 실시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북의 군사적 도발 시 개성공단 인력의 인질화 가능성에 대해 “그렇게까지 비화하면 다른 방법으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해, 군사적 대응 가능성도 시사했다.

최경운 기자 cod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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