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20일 우리 군의 연평도 사격훈련을 전후해 서해안 인근 지역에 지대함(地對艦)·지대공(地對空) 미사일을 추가 배치하고, 일부 지대함 미사일을 발사대에 장착하는 등 발사 움직임을 보여 군 당국이 경계 태세를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21일 “북한이 SA-2 지대공 미사일과 ‘실크웜’ 지대함 미사일 등을 서해안 등산곶 일대에 추가 배치해 놓고 있다”며 “특히 일부 지대함 미사일이 발사 움직임을 보여 구축함 등 우리 함정들이 북 미사일 사정권 밖으로 대피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북 지대함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83~95㎞에 달한다.

구소련제인 SA-2 지대공 미사일은 사정거리가 30~40㎞로 서해 NLL(북방한계선) 인근 상공에서 작전 중인 우리 전투기에 위협이 될 수 있다.

군 당국은 북한군이 연평도 인근 개머리 지역은 물론 백령도·강화도 북쪽에 전진 배치된 방사포를 철수하지 않고 계속 배치해 두고 있고, 해안포도 포문을 열어놓고 사격 태세를 취하고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

군 당국은 북측지역과 불과 3㎞ 떨어진 김포시 하성면 애기봉 등탑이 이날 오후 재(再)점등됨에 따라 앞으로 북한이 타격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관할 부대를 비롯해 서해 5개 도서, 최전방 비무장지대(DMZ)지역 부대에 최고 경계 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계속 유지토록 했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 답변을 통해 “북한이 애기봉 등탑을 포격할 경우 북한의 포격 원점(原點)을 제거할 수 있도록 과감히 응징하겠다”고 답변했다.

군 당국은 또 북한군이 서해 5개 도서뿐 아니라 비무장지대(DMZ), 수도권, 동해 등에서 ‘성동격서(聲東擊西)’식으로 도발할 것에 대비해 다각적인 대비책을 점검하고 있으며, 해군 1함대는 22일부터 나흘간 동해에서 해상 기동훈련을 벌이기로 했다.

한편 20일 실시된 연평도 훈련에는 사정거리 180~1000km의 각종 탄도·크루즈(순항) 미사일을 보유한 육군 미사일사령부가 참가, 북한의 추가 도발로 확전(擴戰)됐을 경우 북 핵시설 등 전략 목표물을 타격할 준비를 갖췄던 것으로 밝혀졌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bemi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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