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가 최근 "적들로부터 칭찬을 받는다면 그것은 벌써 변질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위성중계된 조선중앙텔레비전은 2일 김 총비서의 `명제'코너를 통해 이같은 그의 발언을 전했다.

김 총비서가 언제, 어느 장소에서 이같은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으나 중앙TV는 지난 3월께 처음 이 발언을 소개했으며 이후 일부 신문에도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비서의 발언과 관련, 통일연구원 북한사회ㆍ인권센터 소장인 서재진 박사는 '남한 및 서방 언론이나 인사들로부터 유연하거나 개방지향적인 인물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 북한 간부들에게 경고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서 박사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한의 수 많은 인사들이 북한을 방문하고 주민들과 잦은 접촉을 가진 사실을 언급, '방북자들의 자유로운 행동과 발언, 옷차림 등은 외부세계와 단절돼 있던 북한 주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을 것'이라며 김 총비서의 발언은 '이러한 변화 움직임에 대한 경고'라고 말했다.

서 박사는 또 반세기가 넘도록 갈등과 대립으로 점철돼 왔던 남북관계가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화해ㆍ협력관계로 돌아서고 서방 등 많은 국가와 외교관계가 수립됐다 해도 '간부들과 주민들에 대한 북한당국의 내부단속에는 변함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조명철 연구위원도 김 총비서의 이 발언이 내부적으로 '간부들과 주민들의 사상이완 현상에 대해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는 `경고메시지'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과 서방세계 등에서 이른바 개혁성향을 가졌다고 평가한 북한 인사들에 대해 북한당국이 나름대로 점검해 본 결과 실제로 문제점을 발견했을 수 도 있다'고 김 총비서의 발언 배경을 분석했다.

조 연구위원은 또 김 총비서의 발언이 '북한에 이른바 개혁파ㆍ온건파가 있다고 주장하는 한국과 서방의 일부 시각에 대해 노동당의 이념 및 정책과 어긋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확실히 해두자는 의도가 내포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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