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의 대북 지원 중단과 국제사회의 금융제재로 어려움을 겪는 북한 당국이 최근 해외 주재 외교관들에게 더 많은 ‘상납금(上納金)’을 요구하는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북한 당국이 해외 공관의 외교관들에게 요구하는 ‘충성의 외화(상납금)’ 액수가 예전보다 많아진 것으로 안다”면서 “당국이 요구하는 액수를 채우지 못한 북한 외교관들은 평양으로 불려가 사상검토를 받으며 심한 경우 출국이 금지된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 당국은 예전부터 김일성·김정일 생일이나 연말 등 계기가 있을 때마다 해외 주재 외교관들에게 상납금을 요구했다”며 “최근 탈북한 북한 외교관 중에는 달러 상납의 부담을 이기지 못해 도피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는 지난 1월 유명환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이 “다수의 해외 근무 북한 고위 외교관들이 최근 한국으로 망명했다”고 로버트 킹 미 국무부 대북인권특사에게 말한 사실을 최근 공개했었다.

외교관 출신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 외교관들은 상납금 마련을 위해 해외에서 장사를 하거나 불법 거래도 마다하지 않는다. 일부 북한 외교관들은 외화벌이를 위해 현지에서 위조담배와 마약을 팔거나 위조달러를 세탁하기도 한다.

몇년 전 입국한 외교관 출신 탈북자 A씨는 “북한에서 출국하기 전 평양의 암시장에서 10~30달러를 주고 100달러짜리 위조지폐를 구매했고, 해외에서 물건을 다량 구매할 때 건네는 달러 다발 속에 위폐를 몇 장씩 섞어 넣는 방법으로 한 번에 몇백 달러의 차익을 챙겼다”며 “이렇게 번 돈은 평양에도 보내고 현지 대사관 담당 보위부 요원에게 뇌물로 주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해외 주재 대사관마다 외교관들의 동향을 상부에 보고하는 당 비서(정치 책임자)나 보위원들이 있는데 이들과의 관계가 틀어지면 해당 외교관은 당장에 평양으로 소환돼 처벌을 받는다”며 “나도 평양에 소환되기 직전 망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또 동남아 지역 북한 대사관에서 근무했던 외교관 출신 탈북자 B씨는 “내 아내는 해외 근무지에서 트럭을 구입해 야채장사를 했다”며 “야채장사로 번 돈도 대부분 평양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윤일건 기자 yooni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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