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선흥식료공장을 현지지도하는 김정일 왼쪽에 서있는 전일춘.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찾았다."

지난 12일 김정일의 동선을 추적하는 안보 부서 당국자들의 입에서 나지막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조선중앙TV가 김정일의 평양 시내 현지지도 소식을 전하는 장면에서 6개월간 행방이 묘연했던 '김정일의 금고지기' 전일춘 39호실장이 등장한 것이다.

김정일(68)의 고교 동창인 전일춘(69)은 올해 초부터 김정일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 실장을 맡아 왔다. 39호실은 산하에 해외 지부 17개, 무역회사 100여개를 비롯해 금광과 은행까지 거느리고 있다. 산하 회사들이 매년 벌어들이는 2억~3억달러는 고스란히 김정일의 비자금이 돼 해외 비밀 계좌들에 분산 예치된다.

미국 등 서방에서 대북 금융 제재 강화를 언급할 때 단골 표적이 되는 것도 39호실이다. 김정일이 올해 초 39호실장을 전일춘으로 교체한 것도 김동운 전 실장이 작년 말 EU(유럽연합)의 제재 명단에 오르면서 스위스 등 해외의 김정일 비자금 관리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39호실이 갖는 중요성과 업무의 민감성 때문에 39호실장은 공개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안보 부서 당국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39호실장이 김정일 현지지도에 따라나설 때가 가끔 있다"며 "바로 김정일이 자기 비자금 조성과 관련이 깊은 기관을 시찰할 때"라고 말했다. 즉 전일춘의 동선을 파악하면 김정일의 돈줄이 보인다는 것이다.

12일 조선중앙TV로 방영된 김정일 현지지도 장면에서 전일춘이 등장한 곳은 향만루 대중식당과 선흥식료공장이다. 평양 출신 탈북자 A씨는 "1990년대 부유한 재일동포가 지어준 향만루 대중식당은 평양 만경대구역 광복거리 번화가에 위치해 항상 돈 있는 당 간부들로 북적였다"며 "중앙당이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수익금은 전부 김정일 금고로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흥식료공장도 당 직할 사업장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앞서 전일춘은 지난 6월 20일 조선중앙TV가 양강도의 후창광산 조업식을 보도할 때 등장한 적이 있다. 대북 소식통은 "후창광산은 일제 때부터 유명한 구리 광산이다. 한동안 닫혀 있다 최근 조업을 재개한 것 같다"며 "전일춘이 조업식에 나온 걸 보니 39호실이 관리하는 수많은 광산 중의 하나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밖에 전일춘이 종종 등장하는 장소는 수산물 관련 사업장들이다. 김정일이 지난 2월 2일 함경남도 금야군의 원평대흥수산사업소, 작년 9월 4일 함경북도 김책시 대흥수산기업소, 같은 해 8월 18일 평안북도 구장양어장을 현지지도할 때 모두 전일춘의 모습이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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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기자 hejsu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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