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의 개고기 식용문제가 국제적인 논쟁을 일으키고 있지만 북한에는 개고기를 지칭하는 `단고기' 요리 하나로 일약 노력영웅이 된 여성이 있다.

평양시 락랑구역 통일거리에 있는 `평양단고기집'(전 동대원구역 신흥단고기집) 지배인 박성숙(57.여)씨가 그 주인공이다.

평양단고기집은 지난해 8월 평양에서 열린 제2차 남북장관급회담에 참석했던 남측 대표단이 식사를 한 곳이며 재일동포를 비롯해 북한을 찾는 해외동포들이 자주 찾는 음식점이기도 하다.

이 음식점이 북한 최고의 단고기집으로 이름을 떨치게 된데는 박씨의 뛰어난 요리솜씨와 헌신적인 노력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에서 발행되는 월간지 「조국」 12월호에 따르면 박씨는 단고기로 등뼈찜, 갈비찜, 냉채, 묵, 족발, 보쌈 등 무려 70가지의 요리를 개발했다.

아무리 식사량이 적다고 하는 사람이라도 앉은 자리에서 한마리의 단고기를 거뜬하게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박씨의 요리는 다양하고 깔끔하며 맛깔스럽다는 것이 이 잡지의 평이다.

특히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도 지난 95년 1월 이 음식점에서 만든 단고기요리를 맛보고 '맛이 독특하다. 평양단고기집은 신흥단고기집 때부터 국내외에 크게 소문을 냈다. 이곳 지배인(박씨)은 단고기를 소문내는데서 오랫동안 많은 일을 한 동무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잡지는 전했다.

박씨가 단고기와 인연을 갖게 된 것은 20여년전인 지난 79년이다.

평양에서 고등중학교를 나와 평양고급사회급양학교를 졸업한 그는 19세에 조리사자격을 따고 당시 유명음식점인 문수식당에서 손꼽히는 요리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던중 당위원회로부터 구역내에 있는 신흥단고기집 책임자로 발령받게 되었다.

그러나 노동당원인 그는 한동안 망설이다가 당위원회에서 맡긴 업무를 두고 더는 흥정을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으로 받아들였다.

고급요리사의 꿈은 접어두고라도 닭의 목도 한번 못비틀어 본 그가 단고기 재료를 다루고 요리도 하자니 엄두가 나지 않았으며 아내의 일을 항상 적극 지지해왔던 시어머니와 남편마저도 한사코 말렸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80년대 초 김일성 주석이 '단고기는 예로부터 우리 민족이 즐겨먹는 민족요리'라면서 식당이름을 단고기집으로 고치도록 지시한 것을 계기로 그는 업무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됐으며 10여명의 종업원들로 1층짜리 음식점을 2층으로 확대하고 각종 요리도 적극 개발했다.

박씨의 노력으로 신흥단고기집은 전국에 소문나고 지난 92년 통일거리가 건설되면서 그곳으로 옮겨가 간판도 현재 이름으로 바꿔 달았으며 국가적인 행사를 할 때마다 크게 기여했다.

그 공로로 박씨는 지난해 10월 급양부문에서는 처음으로 노력영웅 칭호를 받는 영예를 안았다.

한편 평양단고기집은 630여석의 좌석과 별도의 연회장, 노래방시설, 최신식 공기정화기, 냉ㆍ온풍기시설 등을 갖춘 평양에서는 손꼽히는 고급식당이며 다양한 요리가 나오는 외화전용방과 국밥만 나오는 일반방으로 운영되고 있다./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