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이하 한적)가 대북 수해지원 물자를 회수키로 한 뒤 물자 처리를 두고 고심 중이다. 한적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 중국 단둥에 대기하고 있던 시멘트와 의약품 등 대북 수해지원 물자를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한적이 북한 신의주에 전달하기 위해 중국 단둥에 보낸 물자 가운데 쌀 5000t과 컵라면 300만 개는 전달이 완료됐지만, 문제는 일부 남은 시멘트와 의약품이다. 한적은 북한에 지원하기로 한 시멘트 1만t 중 3000t은 연평도 도발 전에 이미 신의주로 전달됐지만 단둥항에 보관 중인 시멘트 3700t(나머지 3300t은 국내에 보관)과 5억8000만 원 상당의 의약품은 도로 가져와야 한다.

이를 한국으로 회수하려면 세관 신고 등의 행정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3주 정도의 시간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시멘트와 의약품을 회수하기까지 항구 보관비용도 추가로 든다. 물품을 순차적으로 한국에 보내기 시작하면 다소 줄어들기는 하겠지만, 이는 열흘에 1만 달러가 넘게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품을 가져오더라도 처리 방법이 또 문제다. 단둥행을 준비 중이었던 3300t과 합치면 남은 시멘트는 모두 7000t으로, 제조사는 재매입에 난색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평도 재건에 시멘트를 사용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시멘트 구매에 사용된 남북협력기금은 남북교류 및 협력 사업에만 사용하도록 규정돼 있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한적은 통일부와 협의하면서 한국자산관리공사를 통한 공매 등을 검토 중이다.

5개 제약회사가 북한 주민들을 돕겠다며 기부한 약 6억원어치의 의약품도 빛을 잃게 됐다. 한적은 제약회사에 물품 회수 결정을 알리고 의약품 처리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제약회사에서 국내 기부 의사를 밝히면 적십자병원에서 사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조선닷컴
김형원 기자 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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