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유명환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은 "다수의 해외 근무 북한 고위 외교관들이 최근 한국으로 망명했다"며 "미국과 한국 정보 당국이 이들의 지식을 충분히 건질 수 있도록 이들의 망명은 비밀로 유지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비밀 폭로 전문 사이트인 위키리크스가 30일 공개했다. 유 장관은 당시 방한한 로버트 킹 미국 대북인권특사에게 이같이 말한 뒤 "북한의 상황이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를 맡고 있는 청궈핑(程國平)은 카자흐스탄 주재 대사로 있던 작년 6월 8일 현지 미국 대사 리처드 호글랜드와의 만찬 자리에서 "김정은 권력 승계는 주도면밀하게 계획된 전략에 따라 이루어졌다기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악화에 따라 (급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고 "북한이 (권력세습) 계획을 세울 만큼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28일부터 25만건에 달하는 미 국무부 외교 전문(電文) 내용을 단계적으로 폭로하고 있는 위키리크스와 뉴욕타임스·가디언 등 서방 언론들은 29일과 30일 북한 관련 내용을 추가로 공개했다. 이 문서에 따르면 지난 2월 천영우 외교 제2차관(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 대사에게 "김정일 사후 2~3년 내에 북한이 붕괴될 것"이라며 "중국의 젊은 세대 지도자들은 한국이 주도하고 미국과 우호적인 동맹으로 연결된 통일한국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작년 7월 20일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만나 "김정일은 현재 정권을 확고히 장악하고 있지만 2015년 이후까지 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현 장관은 "현재 북한에서 권력 승계 준비 과정이 서둘러 진행되고 있는 것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금이 절박한 북한으로서는 핵기술, 심지어 플루토늄까지 잠재적인 구매자에게 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미 외교 당국자들 사이에 비공개를 전제로 오간 민감한 발언들이 공개되면서 정부와 관련 인사들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조선닷컴
전병근 기자 bkj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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