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더 이상 대화할 필요가 없다’고 선언한 북한을 어떻게 다룰지를 놓고 고민에 들어갔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11월 30일 “우선 국방 태세의 허점을 보완한 뒤 대북 정책은 각계 의견과 정보를 종합해 근본부터 새롭게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29일 대국민담화에서 “이제 북한 스스로 군사적 모험주의와 핵을 포기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됐다. 더 이상의 인내와 관용은 더 큰 도발만을 키운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은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는 당분간은 기존 기조에 따라 대북 압박을 강화해간다는 입장이다. 인도적 지원도 중단하고 남북 대화도 일절 재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한 고위관계자는 “2012년 강성대국 선언 때까지 북한은 변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도 변하기 어렵다”고 했다. 천안함 이후만 해도 “사과와 재발방지, 책임자를 처벌하면” 대화를 하겠다는 입장이었는데, 이젠 아니다. “근본적으로 북한이 변하지 않는 한 입에 발린 사과만으로는 관계 정상화가 안 된다”는 입장이다.

국제기구를 통한 압박은 계속하겠지만 말로만 하는 비난은 더 이상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확고한 자세다. 이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 논의도 “천안함 때처럼 자잘한 문구를 고치는 데 신경전 벌이게 될 상황이라면 아예 시작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청와대는 그러나 아직 새로운 대북 기조를 정립하지는 못했다. 관계자들은 “당장은 연평도 포격 건을 수습하고 추가 도발을 막을 태세를 갖추는 게 급하다”고 했다. 다만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번 연평도 포격은 과거 정부의 대북관(對北觀)은 틀리고 이명박 정부가 맞다는 것을 확인해 준 것”이라며 “북한은 지원이나 협력에 의해서 변화할 집단이 아니므로 근본적인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을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향후 대북 정책은 ‘3대 기조’ 위에서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적극적인 대북 억지력 확보다. 현재의 수비형 방어 체제보다 좀 더 공세적 대응이 가능한 전력 배치로 바꾼다는 것이다. 대북 압박 정책이 유효하려면 무엇보다 도발을 격퇴할 준비가 우선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다음으로는 북한에 대한 제재 강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온건한 봉쇄’였다면 이제는 보다 강화된 형태의 봉쇄로 기조가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제재 외에 인도적인 지원도 중단한 뒤, 국제적 협력을 통해 대북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이 가장 공을 들일 ‘대북정책’은 대한민국 내부를 하나로 만드는 작업부터 한 뒤 구체적인 안이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고위관계자는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 내부가 ‘하나의 목소리’로 되는 것”이라며 “친북 세력들은 또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선전전에 나설 텐데 이때 ‘호국(護國)이냐 종북(從北)’이냐로 분명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조만간 원로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김정일 체제를 무너뜨리는 ‘정권 교체’ 전략으로 적극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청와대는 “아직 그런 방안은 검토하거나 정책화한 바 없다”고 했다.

/권대열 기자 dy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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