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자는 11월 30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의 배경과 관련, “북한이 내부적으로 김정일의 후계자인 삼남 김정은을 ‘포(砲) 전문가’로 선전해 온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도 “작년 하반기 이후 북한을 나온 탈북자 대다수가 ‘김정은 대장 동지가 포의 달인이란 교육을 받았다’고 증언한다”며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김정은 업적 쌓기’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실제 본지가 입수한 김정은 우상화 문건 곳곳엔 김정은을 ‘포에 밝은 군사의 영재’로 묘사한 대목이 나온다. ‘존경하는 김정은 대장 동지의 위대성 교양자료’란 제목의 이 문건에 따르면 김정은은 “현대전에서 포병이 차지하는 역할의 중요성을 깊이 통찰하고 김일성군사종합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하면서 포병부터 배웠다”고 한다.

김정은은 포병 부대 운용을 위한 지도 제작에 탁월한 재능을 보인 것으로 묘사됐다. 문건에 따르면 김정은은 보병 지휘관 3년과 연구원 2년의 김일성군사종합대학 과정을 전 과목 우등으로 졸업하고 2006년 12월 24일 졸업식을 치렀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이 “전략 전술적 구상을 담아 작성한 여러 건의 작전지도”를 인민군 지휘관들에게 보여주자 “모두가 위대한 수령님(김일성)과 경애하는 장군님(김정일)의 군사전략 사상이 빛나게 구현된 기상천외하고 천변만화하는 만점짜리 방안이라고 경탄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작전지도들에 반영한 포병 이용 방안들을 보고 백전노장들도 그이(김정은)의 높은 군사적 안광에 탄복을 금치 못했다”는 표현도 나온다.

이 지도에 대해 문건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인공 지구위성 자료와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수신기 자리표를 이용한 새로운 지도”라면서 “이 지도를 인민군대에 도입하면 사단과 연대를 비롯한 전술 전(全) 단위들에서 작전전투조직과 지휘를 하는 데 매우 유리하고 특히 포병 부문에서 점에 의한 화력타격의 정확성을 보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의 김일성군사종합대학 졸업논문 내용이 GPS를 활용해 포격의 정확도를 높이는 방법에 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김정은이 포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일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에 쓰인 이 문건은 또 “(김정은이) 올해 정초에 경애하는 장군님과 함께 우리 부대 장병들의 포사격 훈련을 지도하여 주시면서 크나큰 사랑과 온정을 안겨주셨다”고 기술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실제 김정일은 작년 1분기 매달 1차례씩 포병사령부 예하 부대들을 방문해 포 사격 훈련 장면을 참관했는데 이 자리에 김정은도 함께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고위 탈북자 A씨는 “전쟁 발발 직후 온갖 포로 남조선의 전략적 요충들을 초토화시키는 게 김일성이 창안하고 김정일이 발전시켰다는 북한의 전쟁 전략”이라며 “김정은이 김일성·김정일의 백두산 혈통을 이어받았다는 북한의 선전 논리를 그대로 따른다면 김정은도 포 전문가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 문건 말미에는 김정일이 2008년 3월 27일과 작년 2월 11일에 당 중앙군사위원회를 소집해 전쟁 준비를 독려하면서 부대 지휘 개선과 군기 확립을 주문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당 중앙군사위는 지난 20여년간 거의 활동을 하지 않아 유명무실한 기관으로 알려져 오다 지난 9월 28일 44년 만에 열린 당 대표자회를 통해 전면 개편되면서 실질적인 군 통수 기관으로 부활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문건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당 중앙군사위가 늦어도 2008년부터는 제 기능을 수행했다는 얘기”라며 “김정은이 9월 당 대표자회를 통해 부위원장이 되기 전부터 당 중앙군사위에서 모종의 역할을 해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강철환 기자 nkch@chosun.com

/이용수 기자 hejsu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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