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무모하게 연평도를 공격한 것을 놓고 일부 전문가들은 29일 북한의 서해 5도에 대한 군사전략이 공세적으로 변한 것 아니냐고 관측하고 있다.

북한이 그간 저지른 서해 도발은 북방한계선(NLL)을 무력화하고 새로운 해상분계선을 설정하기 위한 전략적 의도에 따른 것이었지만 서해 도서를 직접적으로 공격 대상으로 삼지는 않았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 23일 군 및 정보당국도 예상하지 못한 기습 포격을 연평도에 가해 예전과 다른 도발 양상을 나타낸 것이다.

이에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대통령 담화문'을 통해 "북한의 이번 무력도발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르다"며 "북한은 그동안 수없이 많은 도발을 자행했지만, 우리 영토를 이번처럼 직접 포격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다음 카드가 서해 5도의 일부를 기습점령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해군 고위 간부 출신의 한 예비역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북한의 도발 양상을 보면 같은 형태는 없으며 도발 메뉴가 항상 다르다"면서 "다음에는 서해 5도서 가운데 한 곳을 기습 점령할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했다.

군 정보기관의 고위 간부 출신 예비역도 "작년 2월부터 북한이 서해안 일대에서 고속 침투 및 상륙훈련을 강화하자 백령도와 연평도를 기습 점령할 가능성도 있다는 판단을 했다"며 "당시 한미연합사와 주한미군 측과도 이런 첩보를 공유했다"고 전했다.

이런 첩보에 따라 연합사는 지난 2월부터 정찰 위성과 고공 정찰기(U-2) 등을 이용해 전일 대북감시체제를 유지했으며, 서해에서 북한 반잠수정과 잠수함의 이동상황에 관한 블랙북(일일첩보)을 12시간 단위로 작성했다고 이 예비역은 설명했다.

또 북한이 무인도인 우도에 기뢰를 부설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민간인이 거주하지 않고 해병 병력 일부가 주둔하는 우도에 썰물을 이용, 침투해 기뢰를 부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뢰는 밀물 때 서해안으로 떠내려가 함정과 어선에 피해를 줄 수도 있다고 한 예비역은 설명했다.

북한은 서해 5도 가운데 백령도와 연평도를 '목에 걸린 가시'처럼 여기고 있기 때문에 종국적으로 이를 무인도화해 기습 점령이 유리한 환경을 만들자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 해군 출신 예비역들의 분석이다.

해병대사령관을 지낸 한 예비역도 "북한은 천안함을 친 뒤 연평도를 공격했다"며 "다음에는 서북 5개 도서중 한 섬에 기습상륙해 점령하고는 협상을 벌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우리 군도 서해 5도에 대한 작전개념을 기존 방어개념에서 공격개념으로 바꾸고 그에 따른 화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백령도와 연평도에 갱도 파괴용 정밀유도무기 등 맞춤형 미사일기지를 건설하고 함대지미사일도 서둘러 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육군이 사용하는 다연장로켓(MLRS)도 해안포를 겨냥하는 데 효율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북 도서에 대한 북한의 다양한 도발 양상을 가정해 우리 군의 대응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워-게임'도 개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