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28일 북한의 연평도 도발사태 해결을 위해 6자회담 수석대표간 협의를 제안했지만 우리 측이 이를 거부하고 나섬에 따라 한반도 긴장 상태가 더욱 고조되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은 이날 오후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 차원에서 다음달 초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간의 긴급 협의를 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중국 다이빙궈(戴炳國) 외교담당 국무위원과의 면담에서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와 연평도 포격을 언급하며 6자 회담을 재개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안됐다고 지적, 6자회담 재개를 사실상 거부했었다.

결국 6자회담 수석대표간 협의를 통한 문제 해결을 제안한 중국측 입장표명은 북한 측 손을 들어준 셈이며, 북측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우리 정부의 입장은 제대로 반영하지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다이빙궈 국무위원이 27일 긴급 방한했을 때만 해도 정부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태로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긴장상황과 관련, 그가 중재역으로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으나 이 대통령과 다이빙궈 국무위원 간 회담에서 기대되는 성과가 도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연평도 사태로 얼어붙은 남북간 긴장상황은 당분간 풀리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는 북한의 자세변화가 없는 한 대북 강경기조를 고수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중국은 지난 3월 천안함 침몰 사건 때도 북한을 강하게 비난하지는 않았다.

다이빙궈의 28일 이 대통령 면담결과도 중국의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지 않았던 셈이다.이 대통령이 북한이 추가 도발하면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점을 역설했음에도 이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당국자도 "언론은 중국이 (남북관계) 중재역할을 한다고 하지만 중국이 그런 역할을 잘 하지 않는다. 중국은 우리의 입장을 (북한에) 연결하거나 전해주지 않는다. 다이빙궈는 (이날 회담에서) 북한쪽 이야기를 전해온 것도 없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도 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 개최 제의에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 정부내의 부정적인 기류를 대변했다.

외교부는 논평을 통해 "최근 북한이 경수로 건설현장 및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한데 이어 연평도 포결 도발로 6자회담 재개여건 조성을 위한 관련국들의 노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한 만큼 6자 회담 수석대표회의 개최는 매우 신중하게 검토돼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6자회담을 통해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6자회담을 재개하기 위한 여건 조성이 우선돼야 한다"며 "앞으로 6자회담 관련국들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다이빙궈의 방한은 중국이 고위급 인사를 보내 (우리나라와)소통한 것인 만큼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6자회담이 연평도 문제를 논의하는 적절한 장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 측도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태에 대해 국제사회가 연일 비난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편을 들며 종전 입장만 고수해 나가는데 부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이 같은 맥락에서 중국이 북한 측에 어떤 식으로든 압박을 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고, 이렇게 될 경우 남북관계가 해빙국면으로 접어들 수도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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