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재외동포법이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헌법재판소가 사실상 위헌결정을 내린 것은 지극히 타당한 판시이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시점을 기준으로 정부수립 이전에 조국을 떠난 동포를 수립 이후에 떠난 동포와 차별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적시했다.

헌재의 지적처럼 현행 재외동포법은 헌법정신에도 맞지 않고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할 재외동포를 외면한 차별법이었다. 헌법전문에는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되어 있는데도 그 당시 해외로 나간 동포들에 대해서는 재외동포로 인정하지 않아 그들의 모국 입국, 취업 등에 각종 제약을 받게 했으며, 망국(망국)으로 인해 중국 러시아로 불가피하게 이주할 수밖에 없었던 동포들에 대해서는 도리어 불이익을 주는 법이었다.

이 점에서 헌재가 『정부수립 이전에 조국을 떠난 사람들은 일제시대 독립운동을 하거나 일제의 강제징용·수탈 등을 피해 조국을 떠났던 중국 및 구소련 동포가 대부분인데 이들을 돕지는 못할지언정 오히려 차별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고 한 것은 적절한 지적이다.

2년 전 재외동포법을 제정할 당시의 현실적 어려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중국보다 수입이 훨씬 많은 한국에서 취업을 하겠다는 조선족의 불법입국이 러시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입국을 무한정 허용할 수 없었고, 또 중국과의 외교적 갈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원칙을 저버린 이상한 재외동포법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해서 원칙을 저버리고 「편의적인 법」을 만든 것은 잘못이었다.

이번 헌재의 「헌법 불합치 결정」으로 재외동포법은 2003년 말까지 개정해야 한다. 그렇다고 재외동포법 제정 당시의 현실적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벌써부터 외교부에서는 중국과의 외교적 문제를 걱정하고 일부에서는 조선족 동포의 과도한 유입으로 노동시장 교란과 실업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법개정 과정에서 그러한 현실을 반영하면 될 것이다. 그들의 입국을 완화하더라도 절차상으로 필요한 제약을 가할 수 있으며, 중국과의 외교적 갈등도 「법의 형평성」을 들어 설명하면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재외동포 500여만명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중국과 러시아 동포들을 「재외동포」로 인정하지 않은 현행법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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