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김태영 국방장관 후임자의 제1조건으로 “군인다운 군인”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조건에 가장 맞는 후보자로 선택한 사람이 26일 차기 국방장관으로 내정된 김관진 전 합참의장이다.

홍상표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엄중한 상황을 어떻게 제대로 헤쳐나갈 수 있느냐 하는 그런 기준에 맞는 인물을 찾는 것이 핵심 포인트였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국방장관의 조건은 실추된 군(軍)의 신뢰를 회복하고,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며 “대통령은 ‘군을 제대로 세울 수 있는 군인다운 군인을 찾으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런 기준에 따라 최적임자로 선정된 김관진 내정자는 이날 청와대 내부 검증 청문절차를 거쳤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청와대 관계자는 “김 내정자는 2시간 동안 진행된 청문회에서 직선적이고 강기(剛氣)있는 모습을 보여, 무인(武人)으로서의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김 내정자는 청와대 청문회에서 “군인 정신이 약화되고 군 조직이 행정조직처럼 변해버렸다. 새로운 마음으로 군 기강을 재확립할 필요가 있다”는 소신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내정자는 또 “북한이 재도발하면 어떤 경우에도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며 “교전규칙의 ‘확전 방지’는 연평 포격전과 같은 국지전이 휴전선이나 서울까지 번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뜻이지 국지전에서 타격의 강도를 줄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한때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이희원 안보특보가 자신의 국정철학과 군 개혁 방향을 잘 알지만 “지금은 군 안팎의 신뢰를 조금이라도 더 받는 ‘군인’이 필요하다”며 김 내정자를 최종 낙점했다고 한다. 또 후임 공백을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경북 출신인 이 안보특보보다는 호남(전북 전주) 출신인 김 내정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기 수월할 것이란 계산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늦게 김 내정자를 만나 “어려운 시기에 군을 추스르는 데 힘쓰고 강한 군대를 만드는 군 개혁에도 적극 나서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내부에선 김 전 합참의장의 장관 내정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김태영 장관이 전격 경질되면서 새 장관이 개혁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했는데, 비교적 군내 신망이 두터운 김 전 의장이 내정됐기 때문이다. 김 내정자가 대표적인 작전통이란 점에서 북한의 추가도발에 대해 단호하고 깔끔한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다.

군내에서는 김 내정자가 대통령 직속 국방선진화추진위가 진행 중인 개혁안과 군의 현실을 적절히 조화시켜 군 개혁을 추진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국방선진화추진위에선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제기된 육·해·공 3군의 합동성 강화를 위한 합동군사령부 창설, 2020년까지 장성 10%(40여명) 감축, 군 교육기관 통폐합 등의 개혁안을 추진 중이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bemil@chosun.com

권대열 기자 dy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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