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에 와서 보니 남북간 너무 많은 차이가 있는데, 그것이 어쩌면 휴전선 장벽보다 더 높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서울 남산 자락에 있는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에 고등학교 3학년으로 재학 중인 이승주(26)씨는 15일 오전 여명학교 1층 '다용도학습실(멀티실)'에서 열린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간담회에서 남북간 격차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함북 무산군 출신으로 2008년 2월 입국한 이씨는 "고향을 떠날 때 사실 공부도 못했고 아는 것도 없었는데 이제 좀 늦었지만 한국 친구들과 똑같이 배울 수 있고 대학도 갈 수 있게 돼서 너무 좋다"면서 "남북한의 장벽을 극복하고 성공적인 통일을 맞이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간담회를 마친 뒤 연합뉴스 기자와 만난 강혜림(22.여)씨는 조심스럽게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털어놨다.

이 씨와 마찬가지고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강씨는 "이번 입시에서 가톨릭대와 단국대 간호학과를 지원했다"면서 "북한은 산부인과가 특히 열악한데 산부인과 간호사가 돼서 통일이 되면 집에서 조산하는 수많은 북한의 산모들을 돌봐주고 싶다"고 말했다.

2006년 1월 입국한 그는 "남한에 와서 처음부터 많은 것을 받다 보니까 시간이 지나면서 지원이 줄면 이를 불평하는 탈북자들이 있다"면서 "일시적으로 돈을 줘서 자립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공부하고 취업해서 직접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씨는 "탈북 친구 중에는 '남한 학생들도 대학 졸업해도 취업을 못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취업할 수 있겠느냐'며 비관적으로 얘기하는 친구들도 있다"면서 "그런 친구들에게 남한이 열린 사회기 때문에 공부만 열심히 하면 얼마든지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는 생존자 가운데 최초 귀순자인 김상모(86.1949년 입국)씨와 정부가 부여한 보호번호 1번인 송창영(70.1962년 입국)씨, 보호번호 1천번 황정환(47.1999년 입국)씨, 보호번호 1만번 김미진(22.여.2007년 입국)씨 등도 고향 후배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국민대 의상디자인학과에 재학 중인 김미진씨는 "남한 시민들은 잘 모를 수 있겠지만 중국이나 태국 등 제3국을 떠돌 때와 비교해서 지금 대한민국에서 대한민국 시민으로서 동등한 권리를 갖고 국가의 보호를 받으면서 국가가 제공하는 많은 기회를 누리면서 산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 주민과 제3국에서 떠돌고 있는 모든 탈북자들이 나와 같이 자유를 되찾고 사람답게 살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북한이 남한에 비해 못 살아 우리가 많이 도워줘야 하지만 나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남한도 어려웠던 시기에 입국한 탈북1세대들은 하나같이 통일과 배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상모씨는 "남쪽에 와서 보니까 먼저 알아야 하고 배워야 하고 기술이 있어야 하더라"면서 "여러분도 건강하게 배워서 통일에 조금이라도 이바지했으면 하는 게 간절한 바람"이라고 했고 송창모씨도 "열심히 배우고 노력하면 훌륭한 일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씨는 "10년 넘게 KT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남을 도와줄 입장이라는 것을 깨닫고 북한이탈주민 10명을 직원으로 고용해 일하고 있다"면서 "통일이 되는 날까지 북한의 실상을 잊지 말고 정말로 열심히 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 장관은 간담회를 마친 뒤 탈북청소년들에게 "정부가 여러분에게 토대와 기반은 제공하지만 여러분의 미래와 꿈은 여러분이 이뤄야 하고 거기에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면서 "되도록 꿈을 크게 꾸고 노력해서 꿈을 반드시 이룩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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