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중국 광저우 웨슈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축구 예선 첫경기 남북대결에서 양팀 선수들이 경기 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역대 축구 남북 대결에서는 유독 1점차 승부가 많았다. 국가 대표팀 A매치에서 한국과 북한은 14번 싸웠고, 그중 13번이 1점차 이내의 승부(무승부 포함)였다. 그만큼 남북 축구 대결에선 많은 골이 터지지 않았으며 '선제 타격'을 가하는 팀이 이길 가능성이 컸다는 얘기다.

이런 양상은 동생팀인 아시안게임 대표팀(23세 이하)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한국은 8일 광저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축구 C조 첫 경기 북한전에서 리광천에게 결승골을 내주고 0대1로 패했다. 아시안게임은 12일 정식 개막식을 갖지만 축구는 일정상 일찍 시작됐다.

한국은 전반 초반 미드필드에서 상대를 압도하며 경기를 풀어나갔다. 전반 볼 점유율은 한국이 7대3 정도로 앞섰고, 패스도 비교적 정확했다. 소총의 화력, 즉 개인기에서 한국이 나아 보였다. 하지만 북한이 쌓은 견고한 수비 성곽을 뚫을 정도는 아니었다. 경기를 지배하는 듯하면서도 실속 없는 공격만 이어진 셈이다. 북한은 수비에 집중하다가도 속공에 이은 중거리 슛을 쏘는 등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이런 경기 양상은 지난 6월 남아공월드컵에서 북한이 브라질과 맞서던 모습을 연상시켰다. 당시 북한은 비록 1대2로 패했지만 찰거머리 같은 수비로 세계 최강 브라질을 쩔쩔매도록 만들었다. 남아공월드컵 출전 선수 10명이 포진한 북한은 남북 대결에서 다시 한 번 강한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결국 중요한 '선제 타격'을 먼저 해낸 쪽은 북한이었다. 북한은 전반 36분 박남철이 왼쪽에서 올린 공을 골대 오른쪽에서 안철혁이 헤딩으로 받아 중앙으로 떨어뜨렸고, 달려들던 리광천이 깨끗한 다이빙 헤딩골을 터뜨려 앞서나갔다.

홍명보 한국 감독은 후반에 서정진, 지동원, 윤빛가람을 잇달아 투입하며 총공세를 펼쳤다. 더구나 후반 21분엔 북한 박남철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해 수적 우세도 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북한은 거의 선수 전원이 하프라인 아래로 물러나 촘촘한 '인의 장막(帳幕)'을 치며 한국 공세를 차단했다. 현장에서 경기를 관전한 조광래 A 대표팀 감독은 "북한 축구가 아주 정교하고 짜임새 있다"고 평가했다.

아시안게임은 23세 이하 선수들이 출전하지만 한국은 지난해 20세 이하 월드컵 8강 주역(올해 21세)들을 중심으로 팀을 구성했다. 하지만 이들은 경기가 풀리지 않자 패스 미스를 범하고 문전에서 당황하는 등 경험 부족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실망은 이르다. 아시안게임은 24개국이 4개 팀 6개 조로 나눠 조별리그를 벌인 뒤 각조 2위까지 12개 팀과 3위 중 상위 4개 팀이 16강전에 진출하게 되므로 한국의 16강 가능성은 충분하다. 1패를 안은 한국은 10일 요르단, 13일 팔레스타인과 남은 예선 경기를 치른다.

한편 일본은 이날 A조 첫 경기에서 홈팀 중국을 3대0으로 완파했다.


▲홍명보 한국 감독… 예선서 이런 경험한게 다행

아쉽다. 상대 밀집 수비를 뚫고 찬스를 만드는 데 완벽하지 못했다. 실점 장면도 골키퍼 김승규가 9월 이후 경기에 못 나가며 감각이 떨어진 탓이었다. 그동안 한국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못 딴 이유가 오늘처럼 상대의 거센 수비를 풀어가지 못해서였는데, 선수들이 이런 경험을 토너먼트가 아니라 예선 첫 경기에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조동섭 북한 감독… 측면 크로스 대비 '성공'

1명이 퇴장당한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경애하는 장군님의 높은 지도력 아래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한국이 키 큰 선수들을 전방에 세우고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리는 전술을 주로 펼 것이라고 예측하고 골대 근처 수비를 강화한 것이 맞아떨어졌다. 볼 소유권 싸움에서 한국에 밀리고 첫 경기라 선수들의 여유가 없었던 것이 아쉽다.

/조선닷컴
광저우=정세영 기자 jungs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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