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 달이 되서 만납시다!
(금강산=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제18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차 마지막날인 5일 오전 금강산호텔에서 작별상봉을 마친 남측 임봉국(87)씨가 버스를 타고 떠나며 북측 최고령 상봉자인 부인 안순화(96)씨와 아들 임종식, 딸 임옥순씨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2010.11.5 uwg806@yna.co.kr



60년 만의 짧은 해후를 뒤로하고 이산가족들이 다시 긴 이별에 들어갔다.

지난달 30일부터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 이산가족상봉 행사가 5일 오전 작별상봉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1985년 고향방문을 계기로 처음 시작된 이산가족상봉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본격화되기 시작해 이번 상봉을 포함해 총 18차례 열렸다.

그러나 남북 간 공식 상봉행사를 통해 만난 이산가족의 재상봉(대면상봉)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자들도 기약없는 이별에 들어간 셈이다.

상봉의 기쁨을 누리지 못한 나머지 이산가족들 역시 언제 다시 상봉행사가 열릴지 모른 채 하염없이 하늘만 바라보는 상황이다.

2000년 이후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매년 적게는 1차례, 많게는 3차례 정도 열렸다.

그러나 현 정부가 들어선 2008년부터는 남북관계 경색 등으로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지난해 9월에 이어 이번까지 총 2차례에 불과했다.



제18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차 마지막날인 5일 오전 금강산호텔에서 작별상봉을 마치고 버스에 탑승한 남측상봉단을 향해 북측상봉단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따라 차기 상봉행사를 기대하는 이산가족들의 마음은 더욱 우울하다.

더구나 생존 이산가족 8만3천여명 가운데 70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의 77%나 차지하고, 매년 수천 명이 이산의 한을 풀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하고 있어 이산가족 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산가족상봉 정례화를 논의하기 위한 오는 25일 남북 적십자회담에 기대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지난달 26~27일 개성 자남산여관에서 열린 적십자회담에서 우리 측은 ▲매월 남북 각 100가족씩 상봉 정례화 ▲이미 상봉 경험이 있는 이산가족의 재상봉 ▲매월 5천명씩의 생사·주소 확인 ▲80세 이상 고령자의 고향방문 ▲납북자·국군포로 문제 해결을 위한 생사확인 등을 제의했다.

이에 대해 북측은 1년에 3~4차례 각각 100명 규모로 상봉행사를 열자면서도 상봉 정례화 문제를 금강산관광 재개와 쌀 50만t.비료 30만t 등 대북지원과 연계해 적십자회담은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우리 측은 북측의 대규모 쌀.비료 지원 요구에 대해서는 인도적 지원 규모를 넘어서는 것이고, 금강산관광 재개 요구에 대해서도 이산가족상봉과 별개의 문제라고 맞서고 있다.

오는 25일 예정된 차기 적십자회담에서도 남북의 이 같은 태도가 변하지 않는 한 상봉 정례화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우리 정부는 대규모 대북지원은 전반적인 남북관계 상황과 북한의 식량사정, 국민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산가족들의 한을 풀기 위해서는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정책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측이 시급한 식량사정 등으로 이산가족 정례화에 어느 정도 호응해오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북측이 상봉 정례화에 성의를 보인다면 대규모 식량지원을 통해서라도 상봉 정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적십자회담에서 이산가족상봉 정례화를 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남북 간 고위급회담이나 정상회담에서 탄력적 상호주의를 통해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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