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6월 나선시를 6개 구역으로 나눠 개발하겠다는 청사진을 3D 동영상으로 제작했다. ①은 ‘중심지구’로 김일성 동상·전시관 등을 배치하고 ②‘창평지구’에는 주택지를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북한이 지난 5월 김정일 방중(訪中) 직후 함경북도 라선시를 국제화물중개업·수출가공업·금융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담은 도시개발 계획안(案)을 3D 동영상으로 제작했던 것으로 4일 확인됐다.

본지가 중국의 대북 소식통으로부터 단독 입수한 “라선시 중심부 형성계획을 보고드립니다”라는 제목의 동영상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6월 라선시를 중심구역·창평지구 등 6개 구역으로 나눠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이 동영상은 김정일 보고용으로 만들어졌다”며 “동영상에 담긴 설계 작업은 작년 12월 김정일의 라선시 방문 직후 시작됐다가 지난 5월 김정일 방중 뒤 중국의 대북 지원 얘기가 나오면서 급히 완성됐다”고 전했다. 김정일은 작년 12월 라선시를 방문해 “라선시를 개방한 지 20년이나 됐는데 도시가 왜 이 모양이냐”고 간부들을 질책했다고 한다. 북한은 지난 1월 라선시를 특별시로 승격시켰다. 북한 실세인 장성택 당 행정부장이 라선시 개발을 주도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동영상에서 북한 해설자는 “앞으로 라선시는 국제화물중개업과 수출가공업, 금융을 기본으로 하는 세계적인 경제무역지대로, 선군시대의 아름다운 항구문화도시로 훌륭히 변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선시에 대한 김일성과 김정일의 ‘교시’도 알려준다. 김일성은 “라진·선봉(라선) 경제무역지대를 꾸리면서 거기에 도시 건설을 싱가포르보다 더 멋있게 해야 한다”고 지시했고, 김정일은 “라선시를 잘 꾸리자면 건설을 도시형성계획에 따라 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北 노동신문, 김씨 父子 사진으로 몽땅 도배… 자강도 나타난 김정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4일 북한 후계자 김정은이 자강도 희천발전소 건설 현장을 현지지도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촬영 날짜는 밝히지 않았다. 이날 통신이 전한 ‘노동신문 지면 소개’에 따르면 4일자 노동신문은 발행 면수를 10면(평소 6면)으로 늘려 김정일과 김정은이 희천발전소를 방문한 소식을 전하는 데 10면 전체를 썼다. 1~2면은 글과 사진으로 편집하고 3~10면은 사진으로만 채웠다고 한다. 조선중앙TV도 이날 김정일·김정은의 희천발전소 시찰 소식을 보도하면서 관련 사진을 145장이나 내보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주민들에게 김정은을 선전하기 위해 매체를 총동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각 구역을 어떻게 만들 지에 대한 계획도 구체적으로 내놨다. ‘중심지구’에는 김일성 동상과 전시관 등 공공건물을 배치하고 라선항과 인접한 ‘창평지구’는 주택지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안주지구’는 금융 중심지로 호텔·은행·백화점 등이 들어서며, ‘서산지구’와 ‘동명지구’에는 40층짜리 종합사무청사를 비롯한 고층 건물을 올릴 계획이라고 한다. ‘역전지구’에는 라진역을 중심축으로 좌우에 경공업 공장을 배치했다. 평양과 라선시의 6개 설계연구소가 한 구역씩 설계를 나눠 맡았다.

그러나 라선시가 북한이 꿈꾸는 대로 개발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정부 당국자는 “라선시가 동영상처럼 개발되려면 북한의 개혁·개방이 필수적인데, 한국·미국·일본 등의 대규모 투자 없이 국제적인 무역·금융도시가 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중국에선 라선항 활용 계획에 따라, 중국 훈춘과 라선항을 잇는 도로 공사가 현재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봉현 기업은행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중국 동북 지역에서 중국 남부로 이동되는 곡물·석탄·목재 등의 물량이 연간 500만에 달할 것”이라며 “중국이 철도 대신 라선항을 이용해 동북 지역의 자원을 공장이 많은 남부로 운송할 경우 당 10달러, 연간 5000만달러의 수송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추산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동북 지역에서 생산한 제품을 수출하는데도 라선항이 도움이 된다. 중국이 라선시에 공장을 짓고 북한이 인력을 공급하는 ‘개성공단 모델’이 들어설 것이란 소문도 있다. 그러나 중국의 대북 사업가는 “라선시 계발 계획에 대한 북·중 간 입장 차가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개발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윤일건 기자 yooni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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