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이후 남과 북이 자리를 같이 할 기회가 있으면 헤어질 때 으레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을 합창했다. 이 노래를 부르는 사람마다, 듣는 이마다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다. 남과 북이 한핏줄이라는 혈연적 공동체의 애틋한 감정에서 흐르는 눈물일 것이다.

그 때마다 가슴을 치며 우는 사람들이 있다면 바로 이산가족들이다. 홍안의 어린 나이에 가족과 헤어져 고령이 다 되었지만 부모 형제의 생사조차 모르고 만남의 기약도 없이 지나온 날들이 반세기도 넘었다. 그 모든 날들은 고통과 마음의 쓰라림 그리고 눈물로 얼룩진 날들이었기에 이번 적십자 회담에서의 이산가족 상봉 합의는 이들에게 최상의 기쁨을 안겨준 반가운 소식이었을 것이다.

이번 회담의 합의 사항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그 첫째는 오는 8월 15일부터 3박4일간 동시에 151명의 이산가족 방문단을 서울과 평양으로 각각 교환키로 한 것이다. 또한 양측은 이산가족 상봉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30일 전부터 이산가족 200명의 명단을 상대방에게 보내어 생사를 확인한 뒤 최종 명단을 20일 전에 통보키로 했다. 1985년 양측에서 50명의 이산가족 상봉 주선이 되었던 수에서 100명으로 늘어났고, 또한 200여명의 생사가 확인될 수 있다는 점에 의의를 둘 수 있겠다.

둘째로, 비전향 장기수 전원을 9월 초 송환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 있는 장기수 83명 가운데 50여명이 송환을 희망하고 있으며, 이들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동안 남한 사회에서는 물론 국제 인권단체 그리고 국제 적십자사에서도 이 문제 해결을 종용해 왔었다.

그러나 우리 측은 현재 북한에 있는 450여명의 납북자 문제와 국군포로, 그리고 이산가족 상봉 문제와 함께 풀어가려고 노력하였다. 최근에는 우리 측이 먼저 한발 물러서서 납북자나 국군포로의 귀환보다 먼저 비전향 장기수들을 북송하자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으며, 지난 4월 민화협의 여론조사에서도 이에 대해 상당한 찬성이 있기도 했다.

이제 비전향 장기수 북송과 관련하여 북은 앞으로 두 가지 문제에 대하여 민족 화해와 협력차원에서 유의하고 지켜주어야 할 것이다.

그 중 하나는 이번 북송되는 비전향 장기수들을 대남 비방 선전요원으로 활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 하나는, 납북자와 국군포로 송환문제에 북측은 성의있는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북에 있는 이들도 가족을 보고 싶어 할 것이며 이곳에 있는 가족 또한 같은 심정일 것이다.

이번 남측에서 북송되는 비전향 장기수들은 남한 당국이 본인들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송환을 결정하였으니 북측도 우리가 신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재북자의 자유의사를 존중하여 본인 의사에 따라 거주지를 정하도록 해준다면 민족화합 정신에 부합되는 처리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합의는 비전향 장기수를 송환하는 즉시 적십자회담을 열어 이산가족 면회소를 설치하고 운영문제를 협의·확정한다는 것으로, 이산가족 상봉을 해결하는 데 커다란 성과라고 하겠다. 면회소를 통하여 생사확인, 서신거래, 상봉이 주선되어 이어진다면 고령자 생전에 생사확인의 길이 열리게 될 것이다.

한편 면회소 설치 장소는 판문점, 금강산, 철원, 고성 등지가 바람직하다. 면회소가 금강산 한 곳에서만 운영된다면 남측 가족이 북으로 반드시 가야만 하므로 비용에 따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경의선, 경원선, 동해선 등의 연결 지점에 면회소를 설치한다면 상봉은 물론 다방면의 교류협력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 이 병 웅 한서대 교수·전 적십자사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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