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표적인 대남 ‘대화 일꾼’으로 꼽히는 전금진(全今振ㆍ69ㆍ 일명 전금철)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최근 숙청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4 차례 열린 남북장관급 회담에 내각 책임참사 자격으로 북측 수석대표로 참석했던 전금진은 철직(撤職ㆍ면직) 당한 뒤 감옥에 수감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대북 소식통들이 전했다. 장관급회담의 북측 수석대표는 지난 9월15일 5차회담부터 별다른 설명없이 김영성으로 바뀌었고, 이날 북측 대표단이 서울로 출발할 때 평양 순안공항에서 전금진 등이 배웅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그의 동정은 알려진 바가 없다.
◇최근 숙청돼 투옥된 것으로 알려진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전부 부부장 겸 아태평화위 부위원장 전금진(왼쪽 사진)과 무역성 부상 겸 국제무역촉진위원회 위원장 김문성.
통전부 산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 부위원장을 겸하고 있던 전금진은 지난 72년 남북조절위원회 북측 대변인을 맡은 후 80년대 남북 국회회담, 90년대 북경 쌀 회담과 비료 회담 등 각종 남북 대화에 북측 대표로 참가해 왔다.

전금진이 숙청된 이유에 대해 한 소식통은 “북한 당국은 그동안의 대남 전략이 실패로 돌아갔다고 판단, 책임 소재를 가리는 과정에서 그를 숙청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국으로부터 전력 50만㎾를 지원 받지 못하게 된 것도 그의 숙청의 한 이유가 됐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북한은 전력 지원을 받아 경제 부문의 생산력을 높이겠다는 전략 하에 작년 12월 4차 장관급회담에서 전금진 수석대표를 통해 전력 지원을 요청했으나 실패하고 그 후에도 계속 약속을 받지 못하자 책임을 물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북한이 통전부와 아태평화위 등의 대남 라인을 숙청 등의 방법으로 물갈이하려는 움직임이 이달 초에 파악됐다”고 전했다.

북한은 대남 대화 일꾼들의 집을 급습해 미 달러화를 찾아내는 등의 방법으로 ‘범죄’ 사실 을 발각해 이를 숙청의 빌미로 삼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남 대화의 성과가 나지 않는 이유가 이들이 부패했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몰아부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문성(金文成ㆍ57) 무역성 부상(副相)겸 대외경제협력추진위 부위원장도 부패 혐의로 숙청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무역촉진위 위원장도 겸하고 있던 김문성은 지난 90년대 후반 숙청 당한 것으로 알려진 김정우 전 대외경제협력추진위 위원장과 함께 북한의 대외경제 부문을 대표하는 일꾼으로 평가 받아왔다.

최근 분파주의 행동으로 숙청 당한 ‘해외 친북 조직 구축 사업 총책’이었던 전경남(60ㆍ본명 전영근) 통전부 부부장도 집에 다량의 미국 달러화를 갖고 있다가 적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당국이 대남 대화 일꾼들에 대한 숙청 작업을 단행한 또 다른 이유는 내년 2월16일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회갑 행사를 치르는 데 필요한 자금 조달 계획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그룹이 내년 2월16일(김정일 회갑) 이전까지 짓기로 한 평양실내종합체육관 건설이 그 때까지 완공되기 어려워지자 이 사업에 관련된 송호경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을 비롯한 대남 라인도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교관 기자 haed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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