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이 30일 ‘북괴’ 등 북한을 비방 중상하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기로 한 것은 남북 공동선언 정신과 상호주의원칙에 따른 것이다.

북한 측이 남북정상회담 이후 우리 군에 대한 호칭과 표현에서 순화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뒷받침하는 차원에서 자극적인 표현을 바꾸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군 당국 분석에 따르면 북한은 종전에 노동신문과 평양방송 등 중앙매체에서 ‘김대중 괴뢰정권’ ‘남조선 괴뢰 국방장관’ ‘남조선 괴뢰군’이라고 표현했으나 정상회담 이후 ‘괴뢰’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군은 최근 오두산 전망대 앞쪽의 전방관측소(GP)에 설치된 선전 입간판의 문구를 우리 군 내 폭행문제를 부각시킨 ‘폭행반대’에서 ‘반전평화’로 바꾸기도 했다.

이와 함께 지난 22일 열린 국회 국방위에서 일부 의원이 ‘북괴’용어 변경 필요성을 강력히 제기하는 등 사회 일각의 문제 제기도 군의 이번 조치에 영향을 끼쳤다.

정부는 29일 오후 박재규(박재규) 통일부 장관 주재로 조성태(조성태) 국방장관, 임동원(림동원) 국정원장, 황원탁(황원탁)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열고 군 용어 변경 방침을 확정했다.

이번 조치로 군 교범이나 정신교육교재 등 앞으로 간행될 각종 군 간행물에서도 ‘북괴’라는 용어가 사라지게 됐다. 이미 발간돼 있는 군 간행물의 경우 ‘북괴’라는 용어를 삭제하지는 않지만, 장병 정신교육시간을 비롯해 군 교육시간에도 장교들이 ‘북괴’라는 용어를 쓰지 않게 된다.

국방부는 그러나 이번 조치가 주적(주적) 개념 자체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북한의 대남적화 전략이 바뀌었다는 증거가 없고, 휴전선 인근의 군사적 대치상황도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에 북한군과 노동당, 그 추종세력을 주적으로 하는 기본 개념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윤일영 국방부 대변인은 “장병들의 의식수준이 높기 때문에 용어가 바뀌더라도 주적 개념 교육엔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용원기자 kys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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