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는 떠들면 오히려 해결이 어렵다. ”

30일 오후 적십자회담이 타결된 직후, 정부 당국자들은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는 합의서에 왜 빠졌느냐는 지적을 의식한 듯 ‘조용한 처리’를 강조했다. 한 고위 당국자는 “국민들의 정서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을 상대로 단 한 명의 국군포로와 납북자라도 송환받기 위해선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했다.

이번 적십자회담에서 우리 측은 국군포로나 납북자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과거 불행했던 남북관계로 인해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북측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이산가족’이라고 했다. “국군포로와 납북자는 없다”는 북한의 입장을 감안한 표현이다. 그러나 북측도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안다는 것이 당국자들의 주장이다. 남북한간에 지난 1953년 휴전 후 포로교환이 이뤄져 현재 법적으로 ‘포로’인 사람은 없다는 논리에 근거한 것이다. 박기륜(박기륜) 우리 측 수석대표는 “9월 초 적십자회담이 열리면 다시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했다. ‘이산가족 차원’에서 다루겠다는 이야기이다. 또 비전향장기수는 대부분 혈혈단신이라 ‘송환’되지만, 국군포로나 납북자들은 현재 북한에 가족들이 있어 남한을 ‘방문’하는 형식이 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물론 남쪽 귀환을 희망하면 그렇게 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기대한 대로 국군포로와 납북자를 ‘방문’ 혹은 ‘귀환’시키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그동안 북한은 “남으로 가기를 희망하는 국군포로나 납북자는 단 한 명도 없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만일 북한이 ‘남측 요구로 조사해 보았는데 한 명도 가기를 희망하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면, 국군포로의 ‘고향 방문’도 어렵게 된다. 그렇다고 우리 측에서 이를 확인하러 가는 것을 북측이 허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북측의 ‘선처(선처)’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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