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적십자회담에서 남북 양측은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에는 합의했으나, 시기와 장소 등은 비전향장기수 송환(9월 초) 직후에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당초 우리 측은 ‘8월 중 설치’를 합의서에 명시하자고 했다. 그러나 북측이 비전향장기수 송환 이후를 고집, 우리 측이 막판에 양보한 것이다. 이번 회담에선 남북정상회담 공동선언 3항에 명시한 ‘8·15 이산가족 교환방문과 비전향장기수 문제’만 다루자는 북측의 논리를 일단 수용한 셈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이 면회소 설치에 합의했기 때문에 그 시기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 설치한다는 게 우리 측 방침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이산가족 교환방문과 비전향장기수 송환 등으로 분위기가 좋아지면 9~10월에는 설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면회소 장소로 우리 측은 ‘판문점’을 제의하고 있으나, 북한 내 어떠한 장소라도 좋다는 입장이다. 북측은 아직 장소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으나 금강산을 후보지로 꼽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측은 판문점과 금강산 두 곳에 설치하는 구상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부지역 사람들은 판문점에서, 동부지역 사람들은 금강산에서 만나는 게 편리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면회소는 이산가족들이 정기적으로 만나는 장소로 활용되며, 동시에 생사·주소를 확인하는 기능도 맡게 된다.

금강산에 면회소가 설치되면 그 관리는 북한 적십자회에서 맡는다. 금강산 면회소에 한적(한적) 요원이 상주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북측이 이를 허용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상봉을 위한 제반 절차업무는 기존의 판문점 적십자 연락관 채널이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판문점에 면회소가 설치될 경우 남측 자유의 집과 북측 통일각, 혹은 판문각을 번갈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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