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최근 북한을 보는 눈이 심상치 않다. 9·11 테러 이후 북한은 미국의 외교 안테나에 잘 잡히지 않았으나,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에 대한 논의가 고개를 들면서 미국의 차기 ‘징계’ 리스트에 북한이 오를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처럼 북한이 새롭게 주목받는 이유는 테러와의 전쟁에 몰두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가 테러 수단인 대량살상무기 방지에 대한 의지를 부쩍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월 국무장관 "대량 살상무기 만드는 나라 예의주시"

콜린 파월(Powell) 국무장관은 25일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아프가니스탄 후에는 이라크를 공격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이라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들이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파월 장관은 이어 ‘이라크 공격이 좋은 생각이냐’는 질문에 다시 “우리는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려는 어떤 나라도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고 미사일 기술을 수출하는 것은 물론 화생방 무기를 대량 생산해왔다는 점에서 미국의 강경파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특히 존 볼튼(Bolton) 국무부 차관이 지난 주 제네바에서 열린 생물무기협약(BWC) 회의에서 이라크에 이어 두번째로 북한을 생물무기 생산국으로 비난한 사실이 ‘북한 징계론’이 불거지는 기폭제가 됐다.

북한이 알 카에다 테러 조직과 연계를 맺고 있거나 최근 몇년 동안 테러를 지원한 사실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대량살상무기를 빌미로 한 대북 강경책이 실천에 옮겨지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NYT "北 잊지마라" 사설…향후 시나리오도 실어

뉴욕 타임스는 25일 ‘탈레반 다음은 누구? 북한을 잊지 마라’는 제목의 해설 기사에서 북한이 다음번 미국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거론했다. 뉴욕타임스가 제시한 시나리오는 미국이 핵과 화생방 무기 생산국들에 대해 국제사찰에 응하라고 짧은 시한을 준 뒤,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UN을 통한 재제 등 압력을 가하고 어느 시점에서는 공습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뉴욕타임스 기사원문

실제로 리처드 아미티지(Armitage) 국무부 부장관은 몇년전 이른바 ‘아미티지 보고서’에서 미사일을 수출하는 북한 선박을 공격하는 방안을 제시했었다. 부시 행정부는 이와 관련,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완전한 핵사찰을 받아야 할 시한이 촉박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해왔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미국의 군사공격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크지 않다. 미국은 아직 겉으로는 북한과의 대화 창구를 열어두고 있고, 한국을 포함한 중국과 일본 등 이웃 국가들도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다만, 동(東·북한)에서 소리내고 서(西·이라크)를 치는 전법을 택할 수도 있다.
/ 워싱턴=주용중특파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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