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가 北 해안포 쏜 곳” 백령도 심청각을 찾은 관광객들이 10일 전시용 견인포 앞에서 북한 해안포대가 있는 장산반도를 바라보고 있다. 북한은 9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향해 해안포 110여발을 발사했으며, 이 중 10여발이 NLL 이남 우리측 관할 수역에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

북한이 대승호 나포(8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으로 해안포 발사(9일)에 이어 10일에는 “진짜 전쟁 맛을 똑똑히 보여줄 것”(노동신문)이라며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천안함 사건 이후 잠잠하던 북한이 새로운 도발을 시작한 것 같다”(정부 당국자)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북한은 안팎으로 새로운 도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후계 세습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이는 당 대표자 대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군부 등 내부를 통제하는데 군사적 긴장은 효과적 수단이다. 특히 이번 ‘8·8 개각’에서 천안함 관련 대북 제재를 주도했던 외교·안보부서 장관들이 모두 유임되자 남한 내부를 다시 흔들어야 할 필요도 생겼다.

유동렬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은 “북한은 지난 지방선거 때 ‘전쟁이냐 평화냐’는 협박으로 재미를 좀 봤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당분간 전쟁 협박을 계속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 매체들은 거의 날마다 ‘전쟁’이란 단어를 입에 올리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쌀·비료를 얻어먹기 힘들 바에야 전쟁 위협을 계속해서 ‘남남(南南) 갈등’을 일으키거나 우리측 대북 정책이 바뀌도록 압박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다는 관측이다.

북한 통일전선부(대남공작 총괄)에서 근무했던 한 탈북자는 “북한의 대남 전술은 몇 년 뒤를 내다본다”며 “북은 이명박 정부 기간 남북관계를 최대한 경색시켜 남한 국민들이 다음 대선에서 ‘햇볕론자’에게 투표하도록 만들려는 전술을 짤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당분간 도발 수위를 계속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해 해안포 사격만 봐도 지난 1월에는 포탄이 NLL을 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NLL 남쪽으로 4~5㎞까지 날아왔다. 1월과 달리 항해금지구역 설정 등 사전 예고도 없었다. “NLL에서 본격적인 군사 위협을 하기 위한 기반을 세운 것”(정영태 통일연구원 박사)이란 분석이다.

북한 해군이 작년 12월 일방적으로 선포한 ‘평시 해상사격구역’은 NLL보다 훨씬 이남으로 내려와 있다. 앞으로 북한의 해안포가 수시로 NLL 이남을 겨냥하거나 단거리미사일 등이 NLL 근처로 날아올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북한이 우리 영해에 포를 쐈기 때문에 우리도 대응해야 하지만 이럴 경우 북한은 기다렸다는 듯이 도발 강도를 더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특히 안보부서 당국자는 “북한이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핵 카드’로 장난을 치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말했다. 이날 노동신문은 “핵 억제력에 기초한 보복성전”이란 표현을 다시 썼고, 조총련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달 26일 3차 핵실험을 시사하는 보도를 했다. 구체적인 핵실험 정황은 아직 없지만, 어선 나포와 해안포 도발이 대남·대내용이라면 핵실험이나 장거리미사일 발사는 대미용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북한은 도발을 동시다발적으로 하는 경향도 있다.

/안용현 기자 ahnyh@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