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명이 산업혁명 이후 인류 최대의 변화라면 21일 개막되는 G8(주요 8개국) 오키나와 정상회의엔 인류사(사) 차원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정상회의는 강대국 정상들이 디지털 이슈를 본격 토의하는 첫 무대다. 디지털 혁명이 본격화된 지 몇 년 지나서야 비로소 ‘지구 주식회사의 중역’들이 모여 디지털 세계질서와 국제룰을 중점 논의한다.

의장국 일본은 디지털 이슈를 정상회의의 맨 꼭대기 의제에 올리고 ‘IT(정보기술) 혁명의 빛과 그림자’라는 이름을 붙였다. 인류생활의 획기적 발전이 ‘빛’이라면, ‘그림자’는 부작용을 뜻한다. 예컨대 선·후진국간 정보격차(디지털 디바이드)나 정보약자, 사이버 테러 등이다. G8정상은 이런 문제에의 공동대응을 다짐하는 ‘lT헌장’을 채택키로 예정돼 있다.

초미의 관심거리는 각론에 들어가 디지털 국제룰이 어떤 형태로 짜여질 것이냐다. 전자상거래 세제(세제)에서 기술 표준화, 비즈니스모델 특허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혁명은 올드 이코노미(구식경제)가 커버하지 못하는 새로운 문제를 양산시켰다. 이런 디지털 이슈에 G8정상들이 처음으로 달려들기로 돼 있다. 세계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그러나 논의엔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디지털 이슈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일본간 이해관계가 다른 탓이다. 선두를 질주 중인 미국은 과감한 자유화로 디지털 패권을 더욱 확고히 굳히길 원한다. 정보통신·운수·통관·택배(택배)와 전자상거래 분쟁 처리 등의 광범한 분야에서 자유화·규제완화를 추진하자고 미국은 주장한다.

이에 대해 유럽은 난색을 표하며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는 데 치중할 자세다. 프랑스·독일 등은 “개별문제에 언급하는 것은 통상교섭이 된다”며 미국 요구처럼 구체적인 내용을 ‘IT헌장’에 담는 데 반대하고 있다. 비즈니스모델 특허도 적극적으로 인정하자는 미국과 보수적인 유럽·일본세가 대립하는 양상이다.

안보 분야에선 미국의 NMD(국가미사일방위체제) 구상이 논란거리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NMD 반대의 선봉에 설 것이 확실하고 유럽이 가세할 예정이어서 미국을 고립시키고 있다. 다만 일본은 미국 편을 들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마지막날(23일) 논의될 지역정세에선 한반도 문제가 우리의 관심을 끈다. G8서밋 직전 북한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이 평양의 최신 소식을 어떻게 전할지가 우선 주목거리다. 정상들은 일본 제안으로 ‘한반도 특별성명’을 채택, 남북대화를 지지·지원한다는 공동입장을 천명할 예정이다.

코소보의 포연(포연) 속에서 열린 작년 쾰른 서밋은 G8정상회의가 유엔 안보리를 대체하는 효율적 분쟁해결 기구임을 과시했다. 이번 오키나와 서밋도 정치·경제·사회 등 지구 규모의 포괄적 분야를 망라하는 공동선언문을 채택할 예정이다. 중동평화를 뒷받침하는 ‘행동계획’도 발표된다. 하지만 “정상들이 자국의 이익에 매달릴 경우 ‘결속 못하는 G8’으로 인상지워 줄지 모른다”고 사세 마사모리 다쿠쇼쿠(척식)대학 교수는 전망했다. 물론 회담장을 나서는 순간 정상들은 웃는 얼굴로 악수하면서 결속을 과시할 것이 틀림없지만 말이다.

/동경=박정훈기자 jh-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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