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리굴로(프랑스 북한인권위원회 위원장, "사회사평론" 편집장)
프랑스는 인권과 안보 분야에서 뚜렷한 개선의 징후가 없다는 이유로 북한과 아직 외교관계를 수립하지 않고 있다. 평양은 프랑스측에 인권과 대외개방 문제에서 걱정할 것이 없으며 자국내 무역과 투자에서 눈부신 발전이 있음을 알려주려고 무진 애를 쓴다.

얼마전 북한을 다녀온 한 프랑스 의원은 보고서에서 "북한과 중국 국경은 쉽게 오갈 수 있고 식량이나 약품을 사러 가거나 일자리를 구할 수도 있다"고 했다. 체포나 구타 같은 것은 없고, 비정부 인권단체들의 의심의 눈초리는 미국의 우익이나 한국의 정보요원들에게서 연유한 것이란다. 이 보고서를 읽는 사람들은 탈북자들이 압록강을 건너는 까닭을 프랑스인들이 기념품이나 초콜렛을 사기 위해 스위스 국경을 넘어가는 것처럼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는 또 북한에는 감옥이 없고, 단지 "교화소"가 있다고 했다. 실업도, 거지도 없다고 한다. "북한의 체제는 억압적이지 않고, 비폭력적이며, 지난 50년간 서구 열강으로부터 고립을 당했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의 "비폭력 체제에 반하는 나쁜 책과 기사’에서 정치범수용소에 대해 들은 적이 있어 그곳을 방문해 보기도 했다고 한다. 막상 평양 부근의 한 수용소에 가 보니 탈의실 화장실 약국과 병원을 갖춘 깔끔한 수용시설이었다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아무도 정치적인 이유로 핍박받고 있지 않다고 들었다는 것이 보고서 내용이다. 그리하여 프랑스로 돌아온 이 의원은 북한을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고 권유하기에 이르렀다.

예전에 “소련 공산당 정치국 강경파의 압력에 시달리는 스탈린을 이해해야 한다”며 소련의 조작된 정보에 놀아났던 서구인들이 있었다. 이제 개혁을 단행해 나가는 김정일을 신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 셈이다. 프랑스의 오래된 ‘오류의 전통’에 속하는 일이다.

1923년 막들렌 막스 여사는 ‘소련적 정의’에 감탄했고, 정치가 에두와르 헤리오는 사람들이 굶어 죽어가는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번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2차 대전후 인구학자 알프레 소비는 프랑스인들이 생활수준이 높은 소련쪽으로 마구 이민갈 것에 대비해 철의 장막을 쳐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20년대, 30년대, 40년대...프랑스인들은 공산주의 환상 아래 있었고 그런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프랑스에는 똑똑한 언론인, 종교인, 외교관들이 충분히 존재하고 있다./ 프랑스 북한인권위원회 위원장, 사회사평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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