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 회담 이후 북한의 정보통신 기반시설에 대한 관심이 높다. 통신설비의 경우 기계의 관리와 운영 방법이 업체마다 달라 일단 한 업체가 선점해 버리면 다른 업체들이 파고 들기 힘들다. 국내외 통신업체들이 북한의 통신설비 설치사업에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 통신업체들은 이미 북한 진출=프랑스 알카텔사는 지난 89년 수만회선을 처리할 수 있는 전자교환기를 중국에서 생산해 북한에 납품했다. 또 중국우전공업총공사는 94년 북한의 3개 도시에 각 2000회선 분량을 처리할 수 있는 교환기를 설치했다.

미국 AT&T사도 95년 4월 북한과 미국을 잇는 직통전화를 개설했다. 또 평양에는 이미 인텔셋 위성지구국이 있어 외국공관 직원이나 외국인들은 이를 이용해 국제전화를 걸고 있다.

심지어 태국의 통신사업자인 록슬리 그룹도 95년 2월 스웨덴의 세계적 통신장비 업체인 에릭슨과 제휴해 북한과의 통신분야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포항공대 박찬모 교수는 “록슬리는 북한 대외건설 총회사와 합작으로 동북아 전신전화 회사를 설립하고, 전화통신망 5000회선과 나진,선봉지구와 중국 훈춘을 잇는 광통신 시설을 개통했다”고 말했다.

또 북한 조선체신회사는 최근 미국의 통신장비 회사인 스타텍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사와 인터넷폰 사업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었다. 통신시설이 미비한 북한은 세계 통신회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한국통신 등 국내업체도 진출 서둘러=국내 기간통신망 사업자인 한국통신도 북한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신중필 한국통신 홍보실장은 “현실적으로 북한에 통신설비를 깔 능력이 있는 업체는 우리 뿐”이라는 입장이다. 한통은 지난 92년부터 이미 남북통신 전담반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또 작년부터는 기획조정실 내에 남북협력부를 만들고 꾸준히 북한 진출에 대비하고 있다.

온세통신은 북한의 조선체신회사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스타텍과 인터넷폰 서비스에 관한 양해각서를 교환하고, 북한에 인터넷폰으로 전화를 할 수 있도록 협의를 시작할 방침이다.

◆남북한 통신시설 현황=남북통일에 대비해 이미 서울~판문점 구간에는 622Mbps급(약 8000회선) 대용량 광통신 시설이 깔려 있으며 무선통신망도 설치돼 있다.

지난 97년 북한의 경수로 개발을 둘러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협상에 따라 원전 건설 현장~평양~일본~한국을 잇는 통신시설이 8회선 개설됐다. 또 97년 남북간 항공관제 협정으로 3개의 통신회선이 개통돼 있다. 금강산 관광사업 이후 한국통신(8대), 온세통신(8대), SK텔레콤(3대), 신세기통신(3대) 등도 유·무선 전화망을 개설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이상희 위원장은 이와 관련, “북한에 통신설비를 설치하려면 비용과 시간이 지나치게 많이 든다”며 “위성을 통한 통신 서비스를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백강녕기자 young10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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