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생물무기 개발을 규제하는 협약(BWC)에 가입했으면서도 세균무기를 계속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은 국제안보뿐 아니라, 특히 우리안보에 대해서는 중대한 위협요인이다. 존 볼튼 미국 국무부 차관은 제네바에서 개막된 생물무기협약 제5차 평가회의 기조연설에서 『북한은 세균전 무기를 계속 개발 생산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결정만 내리면 불과 몇 주일 안에 군사적으로 충분한 양의 세균무기를 생산할 능력이 있다』고 밝혔다. 김동신 국방장관도 국회답변에서 『북한은 6개 저장실에 2500~5000t의 생화학 무기를 저장하고 있는 등 세균전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균무기는 「빈자(貧者)의 핵무기」라고 불릴 정도로 가공할 위력을 가지고 있으며 천연두를 이용한 세균무기의 경우 면역력이 약한 20세 이하의 피폭자는 절반이 사망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북한은 이처럼 끔찍한 무기를 국가차원에서 계속 개발해 왔으며 스커드, 노동1호 등 운반수단까지 충분히 갖추고 있다.

북한은 그러면서도 생화학 무기개발을 포기하라는 국제압력을 시종 외면해 왔고, 우리의 현 정부도 이 문제를 북한에 대해 한 번도 정식으로 제기한 적이 없다. 행여 「햇볕정책」이 다칠세라,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를 꺼렸던 것이 그간의 사정이다. 북한은 이란,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 수단과 함께 테러 위협국으로 지목되어 있으면서도 미국에 대해 「불량국가」명단에서 빼 줄 것을 요구한 바 있으며, 그때 현 정부 일각에는 그에 동조하는 분위기마저 있었다.

생물무기를 포함한 북한의 화생방무기가 국제사회의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이상에는 그것을 폐기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우리도 이젠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유엔사무총장의 결정에 의해 의심스러운 질병이 발생한 지역과 생물무기 사용의혹 지역에 대해 국제사찰을 실시하도록 하자는 미국의 제안은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다.

이와 함께 우리 내부에서도 북한의 화생방 공격에 대해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하겠다. 군당국은 지난 99년 화생방 방호사령부를 설치하는 등 준비를 하고 있으나 민간인에 대한 대비는 전혀 하고 있지 않다. 주한미군은 군속과 가족들에게까지 방독면을 지급하고 예방주사를 맞게 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런 문제엔 아예 관심조차 없다는 기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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