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빈(이정빈) 외교통상부 장관과 이고르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29일 회담은 남북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긴장완화가 본격 논의되고 러시아가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시점에서 열린 것으로 관심을 끌었다.

또 올해로 한·러 수교 10주년을 맞았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신정부 출범 이후 처음 개최되는 양국 외무장관 회담이라는 점에서 정부는 회담준비에 많은 신경을 썼다.

이정빈 장관은 회담 후 기자회견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이후, 러시아의 지속적인 협력을 확보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었다고 밝혔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한반도에 대한 미국·일본·중국의 영향력도 중요하지만, 러시아를 제외하고 한반도 긴장완화를 논의할 수 없다”는 말로 러시아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이바노프 장관은 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 러시아의 이익과도 부합한다며, 긴장완화 과정에서 러시아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남·북한 철도를 연결하는 ‘철의 실크로드’ 구상 외에도 ▲한국의 자본▲러시아의 기술·설비▲북한의 노동력을 활용, 동북아에서 실질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데도 큰 관심을 보였다고 회담에 배석했던 당국자가 설명했다.

이번 회담에서 러시아가 대(대)한반도 정책을 ‘적극개입’ 쪽으로 전환하고 있음이 확인돼 향후 우리의 이해관계와 충돌하지 않도록 긴밀한 정책조율을 해야 하는 숙제가 남게 됐다. 이바노프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로 NMD(국가미사일방위체제)구상을 구축하려고 노력하는 나라(미국)의 논거가 앞으로는 더 이용되지 못하게 됐다”며, “우리는 한반도에서의 안보체제를 강화하고 한반도를 비핵화지대로 만들고, 한국 국민이 안전정적으로 살 수 있는 것을 기대한다”는 러시아의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푸틴 대통령은 남·북한 순차적 방문을 계기로, 한반도 문제에 대해 한층 더 목소리를 높여갈 것으로 전망된다. /모스크바=이하원기자may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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