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복귀' 표명땐 즉각 수용은 않겠지만 '긴장 관리' 고민할 듯

미국은 중국 정부가 현 시점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문을 수용한 것을 불편하게 여기며 중국과 김 위원장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Obama) 미 행정부 관계자들은 미국이 천안함 침몰사고 조사를 적극 지원하는 가운데 이뤄진 김 위원장의 방중(訪中)으로 미국의 입장이 곤란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3월 26일 천안함 침몰사고가 발생한 후, 이번 사태 해결과정에서 중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해왔다. 특히 이번 사태의 '유일한 용의자'인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의 커트 캠벨(Campbell) 동아태차관보는 지난달 26일 공개적으로 "(천안함 조사 과정에서) 중국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며 "우리는 중국에 대해 책임 있는 역할을 주문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요청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김 위원장의 방문을 받아들임으로써 일단 한미(韓美) 양국보다는 북한의 손을 들어줬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담당 보좌관을 지낸 빅터 차(Cha)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실장은"중국은 천안함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거절했어야 한다"며 "현 상황에서 중국이 보여준 태도는 매우 부적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맨스필드 재단의 고든 플레이크(Flake) 사무총장도 "중국의 태도는 46명의 장병을 잃은 한국이 겪는 고통과 동북아 강대국으로서 중국의 책임 있는 역할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특히 김 위원장이 중국 방문에서 '6자회담 복귀'의사를 표명할 경우의 대응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미국은 북핵 6자회담 개최를 천안함 침몰 규명 이후로 미뤄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즉각 이를 수용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천안함 침몰사고 원인에 대한 최종 조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대북(對北) 접촉을 하지 않을 방침이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계속 높아지고 있는 한반도에서의 긴장지수를 '관리'하기 위해 무한정 6자회담을 공전시켜서는 안 된다는 견해도 제시되고 있다.

일각에서 이미 미국과 중국이 남·북한의 강경 대치로 치달을 수 있는 이번 사태에 대한 해결책을 논의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힐러리 클린턴(Clinton) 국무장관이 중국의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김 위원장의 방중(訪中) 문제를 포함한 해결방안을 논의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미 국무부는 이를 브리핑하면서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한 미중(美中) 양국의 상호 노력에 대해서 논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는 '천안함 방정식'의 해결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 DC의 외교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둘러싸고 물밑에서 미국과 중국, 남·북한 사이에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하원 특파원 May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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