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치범수용소 등에 갇혔던 탈북자들이 2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북한 정치범수용소 실태 및 구금시설 고문 피해자 기자회견’을 갖고 악몽(惡夢) 같은 경험을 증언하다가 눈물을 쏟았다.

2000~2002년 요덕 수용소를 경험한 김광일(가명)씨는 이날 북한인권단체인 북한민주화운동본부가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돌멩이 빼고 입에 넣을 수 있는 건 다 먹어 봤다”고 했다. 김씨는 “매일 곡물 상태를 점검하기 때문에 먹을 걸 보면서도 못 먹는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며 “배고픈 사람들이 종자를 몰래 먹으니까 보위부원들은 종자에 농약을 뿌렸고 그걸 먹고 죽은 사람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가 수용소에서 만난 250명 중 80명이 굶어죽거나 탈출하다가 붙잡혀 공개 처형됐다고 한다. 그는 남한 성경책을 소지했다가 간첩으로 몰려 수감된 경우다.

여성 탈북자들은 신분을 감추기 위해 선글라스를 썼지만 솟구치는 눈물은 감추지 못했다. 연좌제로 13살 때 개천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 28년간 있었다는 김혜숙(가명)씨는 “한 여성이 굶주리다 못해 병사(病死)한 아들의 인육(人肉)을 먹는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두 차례(2003년·2005년) 탈북한 죄로 개천 여자교화소(교도소) 등에 수용됐던 신혜숙(가명)씨는 “구류장 복도에 줄을 서 있었는데 보위부원이 임신한 여자를 발로 마구 찼다. 얼마 후 이 여자가 빈 배로 돌아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는데 아무도 도울 수가 없었다”며 흐느꼈다. 탈북했다가 강제 북송돼 함흥 교화소로 끌려간 이옥화(가명)씨도 “강냉이죽과 맹물만 먹고 땅을 파고 움집에서 살다보니 사람들은 뼈가 튀어나와 보기에 흉측할 정도였다”고 증언했다.

북한민주화운동본부는 이날 “작년 8~12월 국내에 들어온 탈북자 106명을 면접 조사한 결과, 36%인 39명이 최소 한 번 이상 강제북송됐다가 다시 탈북했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안용현 기자 ahny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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