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통일을 준비하는 N세대입니다. 80~90년대에 남북이 스포츠 교류를 했다면 2000년대엔 컴퓨터게임 교류를 할 겁니다. ”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학생 10여명이 남북한 정상을 주인공으로 한 게임 ‘백두에서 한라까지’를 만들었다. 프로그램을 다운 받을 필요없이 인터넷(www.gamevil.com) 접속만으로 할 수 있는 이 게임은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한반도 양끝에서 서로 다가가면서 진행된다. 남북을 가로막는 철조망을 뚫고 통일 철로를 만드는 게 목표. 오목 두듯이 철근을 하나씩 옮기다 이기면 화면에 두 정상이 한반도 중앙에서 만나 악수 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진 사람 화면에선 두 정상이 남북에서 눈물만 뚝뚝 흘린다.

5월 초부터 하루 15시간씩 컴퓨터 앞에 매달려 완성한 야심작이다. 지금도 계속 업그레이드 작업 중이고, 통일을 소재로 한 다른 게임도 개발 중이다. 프로그램 개발을 주도한 강병도(강병도·22)씨는 “처음엔 전쟁 게임을 만들려다가 남북한 정상회담을 보면서 게임 내용을 바꿨다”고 말했다.

교내 동아리 ‘벤처’에 소속된 이들은 모두 초등학교 시절부터 컴퓨터에 빠져 살던 게임광들. 올해 3월 (주)피츠넷이란 회사로 입주, 3개월 동안 윷놀이, 오목 등 2인용 네트워크 게임 11개를 개발했다.

“북한 조선컴퓨터센터엔 뛰어난 프로그래머가 800명이나 있다고 해요. 앞으로 그들과 손잡고 세계 게임시장에도 함께 진출하고 싶어요. ”

송병준(송병준·24)씨는 “북한에서도 누구나 접속해 우리와 함께 게임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규현기자 whil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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