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의 크로포드 고등학교는 15일 오전 특별한 연사를 맞았다. 부시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었다. 두 사람은 평상복 차림으로 나란히 강단에 섰다. 부시는 “많은 사람들, 특히 노인들은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대통령을 이곳에 모시고 올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 “미국 대통령과 러시아 대통령이 이런 우정을 가꿀 수 있을 줄은 정말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 러시아는 적이었으나, 요즘 고등학생들은 러시아가 친구라는 것을 안다”고도 했다. 부시는 이어 푸틴에게 마이크를 넘기며 “새로운 스타일의 지도자” “개혁가”라고 소개했다. 푸틴은 텍사스의 정취를 한껏 즐겼다고 강조하면서, 부시를 “말을 하면 지키는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두 대통령이 55분간 학생들의 질문에 번갈아가며 답변하는 모습은, 지구상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냉전국가에서 온 기자에게 며칠전 결렬된 남북 장관급 회담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라는 생각을 떠올리게 했다.

한국은 말을 하면 지키지 않는 사람들을 ‘파트너’로 갖고 있는 처지다. 9·11 테러에 따른 비상경계를 트집 삼아 대화를 깨는 사람을 상대로, 한국은 그동안 갖은 애를 써왔다.
하지만 한국의 그 ‘파트너’가 기차를 타고 달포 동안 여행할 정도로 소중한 동맹국의 정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푸틴은, 9·11 테러 후 부시에게 맨 처음 전화를 건 외국 정상이다.

부시는 이날 “푸틴은 그날 ‘군대를 동원해도 우리는 괜찮다. 우리는 미국과 같은 편에 서 있다’고 위로했다”고 학생들에게 밝혔다.
부시와 푸틴은 올해만 벌써 4차례 만났다. 부시 대통령은 “새로운 관계를 갖기 위해서는 새로운 스타일의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변화 없이는 진정한 남북 대화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한 장면이었다.
/ 크로포드(텍사스)=주용중특파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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