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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북한은 오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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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1.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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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전 김일성대 교수

끝내 결렬된 금강산 장관급 회담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넘어 가슴치밀어 오르는 그 무엇에 의해 일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북한이 닫힌 체제이고, 획일적 명령체제라는 것이야 경험으로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럴 수가 있을까 싶어 허탈감마저 든다.

북한은 회담의 지속과 합의안들을 깨기 위한 명분으로 “남측의 비상경계령”과 “북한의 개혁·개방 유도 발언” 등을 내걸었다. 하나같이 말이 안되는 핑계에 불과하다. 북한 지도부가 현실을 이렇게까지 안이하게 보고 있는지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이제는 그들에게 확실하게 따질 것은 따질 때가 되지 않았나 본다.

첫째, 비상경계령은 주권 국가의 당연한 책무이다. 사실 이번 미국에 대한 테러사건 이후 전 세계에서 비상경계태세에 들어가지 않은 나라는 거의 없다. 세계 각국은 미국에서 일어난 테러가 자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보았기에 대비한 것이다. 안보위협에 대응하고 준비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국가 책무의 제일 과제로 하는 주권국가라면 응당 취해야 할 너무도 당연한 행동일 뿐이다. 하물며 한·미동맹관계로 엮어진 남측으로서는 테러에 대한 위협이 그 어느 나라보다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내년에 월드컵이 열린다. 즉시적이고 단호한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정부의 직무유기이다.

북한도 세계청년학생축전이나 국가적인 중요한 행사 때마다 전국, 전군이 경계태세에 들어갔었고, 최근 푸틴 대통령과 장쩌민 주석의 방북 시에도 전국에 비상경계령을 내렸었다. 만일 그때 남측이 “이 기회를 틈타 북측이 남침하려고 한다”고 주장했었다면 북측으로서도 어이가 없었을 것이다.

둘째, 북한이 회담깨기의 명분으로 내건 소위 “북한의 개혁·개방 유도” 발언에 대해서도 그들은 그 참뜻을 왜곡하여 해석하고 있다. 이 말은 북한만을 상대로 해서 만든 용어도 아니다. 개혁·개방은 세계적인 보편적 가치로 된 지 이미 오래다. 개혁·개방을 통해 국가를 혁신하고 국민생활을 향상시킨 중국을 비롯한 고무적인 사례들도 이 용어의 긍정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도 유독 북한 당국만이 이말을 곡해하고 있으니 세계는 그 이유를 다른 데서 찾을 수밖에 없다. 즉 북한 주민의 생활향상보다 유일지배체제의 운명을 최우선시하고 있는 것으로 비치는 것이다. 유일지배체제에 조금이라도 부정적 작용을 주는 요소가 있다면 그 요소가 굶주린 주민을 살리고 국민복지 증진을 하든 말든 관계없이 배척하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이런 반응을 보일 아무런 이유가 없는 것이다.

셋째, 북한은 한국의 대북 제안들이 갖고 있는 뜻을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수많은 대북제안들이 있지만, 솔직히 한국 입장에서는 그 제안들이 실현된다고 해도 크게 이익날 것들도 아니다. 금강산 관광 개발, 개성공단 개발, 남북 철도 연결, 에너지 협력 등 하나같이 한국 경제에 부담이 되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한국이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마땅히 부담해야 할 비용이라고 보기 때문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의 후대가 남쪽에 살든 북쪽에 살든 좀더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식량, 비료, 외화 등 한국으로부터 들어간 경제적 이윤이 북한경제에 큰 도움이 된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업들이 확대되면 될수록 북한이 누리는 혜택은 커질 것이다.

그런데도 이를 마다하고 회담마저 깨버렸으니 ‘아, 이제 북한당국자들이 배가 불러지니 백성들 굶주림은 관심이 없어졌구나’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북한은 더 이상 오판하지 말아야 한다. 김정일 위원장이 주민을 진정 위한다면 국민 모두를 김정남처럼 대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그러면 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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