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본보 ‘난상토론’을 통해 탈북인들이 정착과정에서 겪는 고충을 들었다. “우리를 그냥 보통의 한국인으로 보아달라”는 것이 초대된 탈북인들의 한결같은 호소였다. 북한출신이라고 하면 무조건 못 먹고 고생하고 게다가 뭔가 북한에서 잘못을 저지르고 온 것 아닌가 하는 듯이 바라보는 시선을 이들은 힘들어했다.

조연지씨는 북한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한 뒤 외화벌이하는 남편 덕에 비교적 편히 살았다. 그러다가 한국에 온 뒤 식당일 등 온갖 힘든 일을 다 해야 했다. 그래도 그는 “아이 교육을 위해서라도 이곳에 오기를 백번 잘했다”고 말하는, 여느 한국의 어머니와 다름없었다. 황보영씨는 20대초반의 신세대 아가씨답게 “봉건적인 북한 남자들과는 절대로 결혼하지 않겠다”며 자유로운 결혼관을 내비쳤다.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말할 줄 아는 그의 모습이 당차고 예뻤다.

박상학씨는 영재교육기관인 제1고등학교와 김책공대 출신이지만 이 곳에 와서 정착교육을 받으면서 ‘인사하는 법’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 것에 자존심이 상해 교육기관을 잠시 ‘탈출’하기도 했다.

탈북인들은 한국의 직장 분위기가 북한보다 오히려 권위적인 데가 많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북한에서는 상사라 할지라도 일처리에 문제가 있으면 과감하게 ‘제기’하고 의논하는 것이 상례라는 것이었다.

탈북인들은 한국사회 정착과정에서 적잖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이들은 "3년은 지나야 한국사회가 보이며, 5년은 지나야 제대로 이곳 사람이 됐다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과정에서 좌절하고 낙오해 정착에 실패한 사람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 과정은 어차피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는 것임을 탈북인들 스스로 잘 알고 있다.

탈북인들이 원하는 것은 "이방인"이 아니라 "돌아온 국민"으로 대접받는 것이다. 특별한 대우를 해주기보다는 막연한 편견을 없애달라고 호소한다. 학교에서나 직장에서, 또 취업할 때나 선 볼 때 “북한 출신”이라고 하면 상대방 눈빛이 달라지는 듯한 순간을 이들은 가장 견디기 어려워했다.
/김미영기자 miyo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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