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은 한국전쟁의 비극적 유산을 청산하는 역사적 첫 걸음이었다. 미국은 남북간 직접 대화만이 안정과 영구적 평화를 가져올 유일한 현실적 방안이라고 판단해 이를 지지해 왔으며, 현실주의적 외교만이 수십년 동안 쌓인 적대감을 극복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과 효과적으로 접촉하려면 남한이 접촉을 주도해야 한다고 믿어왔다.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2년간 유지해온 지속적이고 균형잡힌 접촉은 매우 중요했다. 남북 정상회담은 화해와 평화공존을 향한 추가 조치에 대해 조심스런 낙관의 근거를 마련했다.

결국 한반도 문제는 한국인들만이 해결할 수 있다. 오직 남한만이 북한이 현재 직면해 있는 경제적·인도적 비극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자원과 민족적 이해관계를 갖고있다. 남북간 경제협력은 그러나 안보환경의 개선 없이는 유지할 수 없다. 또한 북한 경제가 계속 하강한다면 안보환경의 개선은 어렵다. 화해를 위한 노력은 군사적 억지력에 기초해야 한다.

미국은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올 전례없는 기회가 왔다고 믿는다. 김대중 대통령은 대화와 실질적 협력을 통해 평화와 안정을 추구할 것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냉전의 종식과 함께 외부로부터의 외교적·경제적 지원이 끊기면서 북한의 경제상황은 10년 전보다 현저하게 악화됐다.

북한은 경제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주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결국, 북한 경제정책에서의 중요한 변화는 경제 회복에 필요한 외부세계의 자원을 끌어들이고 활용하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은 북한 재건에 필요한 인프라스트럭처 및 기업 투자의 문호를 열었다. 그같은 투자가 얼마나 신속하게 북한으로 흘러들어갈지는 이를 수용하고자 하는 북한의 의지와 유치능력에 달려있다.

북한과의 경제협력은 한국의 경제정책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한국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인프라스트럭처 및 주식시장에 대한 자체의 투자수요가 이미 활용 가능한 국내저축 수준을 넘어섰다. 따라서 북한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필요한 투자의 일정부분은 세계은행이나 아시아개발은행과 같은 국제적 금융기관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나와야 할 상황이다. 이러한 자금의 상당부분은 국제 민간금융시장에서 출자돼야 하며, 한국은 북으로 향하는 자본의 국제적인 ‘주차장(주차장)’이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은 한국 금융시장의 구조조정과 개혁을 달성하려는 노력을 더욱 중요하게 한다. 한국이 자신들에게 필요한 국제자본 뿐만 아니라 북한에 필요한 자본까지도 끌어들이려면, 국제적 수준의 투명성과 기업 운영, 튼튼한 자본시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경제가 질서없고 튼튼하지도 않으며 투명하지 않다면, 북한 지원에 필요한 자본을 해외로부터 끌어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은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 경제개혁의 길을 계속 걸어나갈 것이라 믿는다.

/정리=김성윤기자 gourme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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