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이사회(UNHRC)는 25일 “북한의 심각하고 광범위하며 조직적인 인권 탄압을 개탄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유엔은 지난 2003년 이후 매년 유엔 총회와 인권이사회 등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을 채택해 왔다.

비팃 문타폰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192개 유엔 회원국의 의견을 모아 총 169개 항목의 북한 인권 개선 권고를 담은 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했다. 북한은 169개 항목 중 ‘공개처형 중단’ ‘고문 및 비인도적 처벌 근절’ ‘강제노역 중단’ ‘주민의 자유로운 국내 및 국외여행 보장’ 등 50개 항목은 즉각 거부했고, 나머지 117개에 대해서도 “추후 검토하겠다”며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북한은 ‘고문 근절’ ‘여행 자유 보장’ 같은 가장 기초적인 인권 권고조차 걷어차 버리고는 거꾸로 “유엔 보고서는 미국·일본·EU 등이 북한을 제거하기 위해 인권을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적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유엔 인권이사회가 이날 결의안을 채택한 것이다.

북한은 25~26일 현대아산 등 남측 인사들에게 2008년 7월 북한 군인이 남측 관광객을 총으로 쏴 죽인 것에 대해 “당시 촛불시위로 위기에 빠져있던 남조선 보수패당이 마치 우리가 ‘무고한 관광객’을 고의로 사살한 것처럼 야단법석했다”며 “응당한 자위권 행사였다”고 주장했다 한다.

우리 정부가 요구한 진상 규명 및 사과, 재발방지,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을 받아들이기는커녕 당시 사건을 ‘남측 정치와 관련된 소동’으로 몰아세우는 적반하장(賊反荷杖)이다. 이런 북한이 유엔이 아무리 매년 인권결의를 채택한들 크게 바뀔 것 같지 않다.

이제 북한이 최소한의 인권 개선 조치를 취하지 않고선 더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느끼도록 만들어야 한다. 문타폰 특별보고관은 “유엔 시스템의 최상부인 안보리가 나설 때가 됐다”고 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중국·영국·프랑스·러시아가 북한 인권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면서 제재와 압박 조치까지 취할 수 있다고 나서야 북한도 국제 사회의 눈치를 보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북한 인권문제의 ‘당사자’라는 생각을 갖고 해법을 찾는 데 앞장서야 한다. 북한 인권 실태 조사와 백서(白書) 작성, 국제 인권단체 지원 등 다방면에 걸친 방안을 검토할 때다.

정부는 국제사회와 손잡고 북한 영·유아와 노약자 지원, 질병 예방 등에도 적극 나서 북한 인권문제야말로 가장 기본적인 인도주의(人道主義)와 관련된 사안임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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