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측은 28일 아침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고향방문단에 앞서 비전향 장기수를 먼저 송환할 것을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첫 회담에서 남한측의 ‘선(선) 이산가족 교환 방문’ 주장과 북한의 ‘선 장기수 송환’ 주장이 맞부딪친 것. 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이 평양 정상회담을 마친 뒤 귀국보고(15일)에서 밝힌 ‘선(선) 이산가족 방문, 후(후) 장기수 송환 고려 합의’와는 상반되는 것이어서 의아하다.
또 하나 궤도를 이탈한 것은 남한 공동취재단의 조선일보 김인구(김인구) 기자에 대해 북한이 끝내 입경(입경)을 거부한 점이다. 우리 측은 28일에도 공식·비공식 경로로 계속 즉각적인 하선(하선)과 취재보장을 요구했으나 북한 측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 문제가 적십자회담에 임하는 양측의 분위기를 긴장시키거나 차질을 주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 측이 주최한 27일 만찬은 ‘2시간 동안 매우 흥겨운 분위기에서 진행’됐으며, ‘서로 잔을 주고 받으며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고 건배를 연이어 제의하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자세한 내막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상당한 합의를 추측케 하는 장면이었다.
양측은 ‘상대방 제의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이유로 28일 하룻동안 공식 회담을 열지 않았다. 각자 전략회의만 했을 뿐이다.
정부 당국에선 회담 성과를 낙관하고 있다. 이산가족 교환방문은 쌍방이 100명씩을 교환하자는 데 의견이 같고, 취재기자 규모만 ‘30명’(남), ‘20명’(북)으로 차이가 날 뿐이어서, 타결은 어렵지 않을 것 같다. 만약 29일 2차 회담에서 타결이 된다면 북한 측이 ‘비전향 장기수 우선 송환’ 요구를 고집하지 않고 우리 측 주장대로 9월쯤으로 늦추게 될 것 같다.
/최병묵기자 bmcho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