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는 18일 “오는 25일부터 금강산관광 지구 내 남측 부동산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겠다”며 “이에 응하지 않으면 남측 부동산 몰수 및 금강산 입경 제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통일부와 현대아산에 발송했다. 또 금강산관광을 4월까지 재개하지 않으면 “새로운 사업자가 금강산과 개성지구에 대한 해외 및 국내 관광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4일 “남조선 당국이 관광을 계속 막으면 관광 사업과 관련한 모든 합의와 계약을 파기하고, 관광 지역 내 남측 부동산을 동결하겠다”고 밝힌 이후 ‘협박 수위’를 한 단계 더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남북 합의와 국제 관례에 어긋나는 매우 유감스런 일”이라며 “금강산관광은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 문제가 해결된 이후 재개한다는 정부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금강산관광은 2008년 7월 우리 관광객이 북한군 총에 맞아 사망한 이후 중단됐었다.

아태평화위는 이날 “3월 25일부터 북측 당국과 전문가가 남측 관계자(현대아산 등 금강산지역 내 부동산 소유자) 입회하에 모든 남측 부동산을 조사할 것”이라며 “금강산에 부동산을 소유한 모든 남측 관계자들은 25일 금강산을 방문하라”고 말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금강산지역 토지는 현대아산이 2002년~2052년 임대 계약을 맺었으며, 호텔·온천·골프장·횟집 등에 우리 기업이 3592억원(현대아산 2263억원)을 투자한 상태다. 정부 소유로는 600억원 이상의 사업비를 들여 2008년 완공한 이산가족 면회소가 있다.

그러나 북한의 이런 ‘협박’은 통하지 않을 전망이다. 안보부서 당국자는 “북한은 부동산을 빼앗길 위기에 몰린 우리 기업들이 정부를 압박해 주기를 바라는 모양인데, 이런 구태의연한 협박에 물러설 정부가 아니다”고 했다. 금강산지역의 한 사업자도 “지금 북한은 거액의 외자(外資)를 유치하겠다고 떠들면서 우리 기업의 부동산을 몰수하겠다는 협박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어떤 국·내외 사업가가 북한에 새로운 투자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북한은 지난 10년간 금강산관광으로만 5억달러 이상을 챙겼다.

/안용현 기자 ahny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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