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개성관광 재개를 둘러싼 남북간 장기 신경전이 진행되는 가운데 북한이 ’초강수 압박’을 천명하고 나섰다.

지난 1998년 11월 시작된 금강산관광이 자칫 심각한 위기에 처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18일 대남 통지문을 통해 금강산 내 우리 측 부동산을 조사하겠다고 통보했다.

대남 통지문이 ‘부동산 소유자가 조사를 위한 소집에 불응할 경우 부동산을 몰수하겠다’는 내용까지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통보는 우리 당국이 개성.금강산 관광 재개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이달 초 자신들이 예고한 ‘강경 조치’들을 실제로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북한은 지난 4일 남한 당국이 관광을 가로막는 조치를 계속하면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 관광 사업과 관련한 모든 합의와 계약의 파기, 관광지역내 남측 부동산 동결 등이 포함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날 북한은 또 남측이 관광 재개에 응하지 않을 경우 “4월부터 새로운 사업자에 의해 금강산과 개성지구에 대한 해외 및 국내 관광이 시작될 것”이라며 현대아산과의 기존계약을 해지한 뒤 해외업체로 사업자를 재선정할 수 있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벌써부터 중국의 일부업체가 북한 당국에 의해 향후 금강산 관광 사업자로 선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전해지고 있어 북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관광 재개를 위해 ‘강력한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으로선 최고 지도자의 결단으로 시작된 두 관광 사업이 갖는 상징성을 중시하고 있다. 게다가 화폐개혁 실패 이후 이른바 ‘공급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는 터라 현금 수입원인 관광 사업을 재개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절실하다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2008년 박왕자씨 총격 피살사건의 진상규명, 재발방지책 마련,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 등 관광 재개의 ‘3대 조건’을 철저히 고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결국 지난 달 8일 열린 관광 재개 관련 실무회담이 성과없이 끝난 뒤 대화를 통해 관광 재개를 도모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관심은 정부의 대응이다.

정부는 일단 긴급대책회의를 여는 등 긴박한 움직임을 보이면서도 대외적으로는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우리 국민들의 신변안전 문제가 우선적으로 담보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남북대화를 통해 남북간 출입.체류 합의서를 수정.보완한 뒤에야 관광 재개를 검토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입장에는 북한 핵실험 이후의 대북 제재 국면에서 현금이 건네지는 관광사업을 다시 시작하는데 대한 거부감도 작용하고 있다는게 중론이다.

따라서 정부가 그간 표명한 원칙을 철회하고, 관광 재개에 선선히 동조할 것으로 보는 이들은 거의 없다.

결국 작년 개성공단 임금.토지임대료 인상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남북간의 갈등 양상이 소재만 바꿔서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또한 남북관계 전반에도 당분간 ‘한랭기류’가 조성되리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다만 북한이 예고한 수순대로 기존 계약 해지, 사업자 변경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북한과의 당국간 대화를 시도하고, 그 속에서 극적인 반전이 이뤄질 가능성 등이 주목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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