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한의 지리 정보까지 포함시켜 제작한 한반도 전자지도 '삼천리'가 17일 국내에서 최초로 공개됐다. 대북 라디오 매체인 자유북한방송(대표 김성민)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측 인사를 통해 입수해 본지에 제공한 이 지도는 남북한의 행정구역, 명승지, 하천 등 광범위한 지리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은 게 특징이다. 북한의 공식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부서인 평양정보센터가 '주체90년(2001년)'에 제작한 삼천리는 총 196MB(메가바이트) 용량, 1000여개 컴퓨터 파일로 구성됐다. 실행파일을 클릭하면 '최신조선지도 삼천리(三千里·Samchonri)'라고 적힌 소개화면이 뜨면서 잔잔한 배경음악이 흐른다. 김일성이 항일 빨치산 활동 때 고향을 그리워하며 지었다는 사향가(思鄕歌)다.

▲ 北지도로 본 서울과 평양… 북한 전자지도‘삼천리’. 영어와 일본어로도 사용 가능하고, 행정구역, 관광지, 온천, 약수 등 메뉴가 있어 골라 검색할 수 있다. 삼천리를 이용해 찾아본 평양시내 지도(위)와 서울시 지도. /조선닷컴

삼천리는 기본적인 지도 확대·축소 기능 외에 화면 좌측에 '행정구역' '관광지' '온천·약수' '하천·호수·갑문' '섬·반도·만(灣)' '시가도' '산' 등 7개 메뉴를 설치, 각종 지리정보를 유형별로 검색할 수 있게 했다.

'시가도' 메뉴를 클릭하면 평양·남포·개성·라선 등 북한의 주요도시 13곳과 서울·부산·인천·대전 등 남한의 주요도시 12곳의 상세지도를 볼 수 있다. 평양 시가도의 축척은 1대3만6000으로 김일성 광장, 옥류관, 을밀대, 김일성종합대학, 양각도 호텔, 4·25문화회관 등 주요 지형지물의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이다. 서울 시가도에서도 주요 대학과 병원, 한강 교량들을 확인할 수는 있지만 축척이 1대10만으로 정밀도는 다소 떨어진다. 서울시에 대한 설명은 '백제 때에 북한산군, 리조(이조) 500년간의 도읍지였다'로 시작해 '2000년 현재 25개의 구(區)로 되었다'로 끝난다(약 500자). 평양에 대한 설명은 900자 정도다. /이용수 기자 hejsu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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