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개발에 성공한 컴퓨터 운영체제 `붉은별'의 설치 디스크./연합

“붉은별 켜서 내나라로 웨브 들어가고 클락새로 비루스 잡고..”

북한이 자체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리눅스 기반의 컴퓨터 운영체계 ‘붉은별’이 상세히 공개돼 눈길을 끈다.

북한은 2006년께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등의 IT 전문가들을 총동원해 ‘우리 식 운영체계’인 붉은별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프로그램이 어떻게 구성되고, 어떻게 작동되는지는 지금껏 베일에 싸여 있었다.

러시아 위성방송 ‘RT(Russia Today)-TV’는 3일 인터넷판에서 김일성종합대학에 다니는 자국 유학생 미하일(Mikhail)의 개인 블로그를 인용해 ‘붉은별’의 면면을 소개했다.

이 유학생의 블로그에 따르면 지난해 개발이 완료된 ‘붉은별’은 공개 프로그램인 리눅스를 기반으로 해 기술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와는 전혀 다르지만 겉모습과 사용 환경은 윈도와 매우 유사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붉은별’의 데스크톱 기본 화면은 윈도와 거의 차이가 없다. 윈도의 ‘시작’ 버튼이 있는 화면 왼쪽 아래에 붉은별 로고가 있고 ‘휴지통’이 ‘회수통’, ‘내 컴퓨터’가 ‘나의 콤퓨터’라고 돼 있는 것 정도만 다르다.

윈도의 탐색기에 해당하는 ‘파일 열람기’를 열어보면 상단에 ‘파일’, ‘편집’, ‘보기’, ‘책갈피’, ‘도움말’ 순으로 선택 항목이 나열되는데 이 또한 윈도와 거의 같다.

워드프로세서와 웹브라우저 등 각종 응용 프로그램들은 별도로 파는 CD에 들어 있다.

이 유학생은 각각 5달러, 10달러에 해당하는 북한돈을 내고 ‘붉은별’과 응용프로그램 CD를 샀다고 RT-TV는 전했다.

응용 프로그램 중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웹브라우저인 ‘내나라’다. 인터넷과 별도로 운영되는 북한의 폐쇄적 네트워크 특성을 반영하듯 기본 검색엔진으로 ‘내나라BBS’라는 것이 설치돼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에 해당하는 응용 프로그램은 ‘통합사무처리프로그람 우리’다.

오피스 꾸러미 안에 워드프로세서인 MS워드, 프리젠테이션 프로그램인 파워포인트 등이 있듯이, 북한의 ‘우리’ 안에도 ‘문서처리체계 서광’, ‘선전물’ 등의 프로그램이 딸려 있다.

이것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 프로그램의 사용 환경을 베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부만 다를 뿐 워드, 파워포인트와 구성, 사용 방식, 배색까지 흡사하다.

이 밖에도 북한에서는 ‘비루스 왁찐’이라고 하는 백신 프로그램 ‘클락새2.0’ 등도 응용 프로그램 패키지에 포함돼 있다.

‘붉은별’에는 또 윈도용 프로그램을 쓸 수 있는 에뮬레이터도 내장돼 있다.

미하일은 블로그에 “게임 워크래프트3를 설치해 에뮬레이터로 실행해보니 원활하게 작동했고 전자사전과 전자도서관 CD도 제대로 인식했다”고 사용 후기를 적었다.

RT-TV는 “세계에서 가장 폐쇄된 나라의 IT생활을 엿볼 수 있다”며 “프로그램 이름의 ‘붉은’이라는 말을 빼면 선전 내용이 거의 들어있지 않다는 점도 매우 흥미롭다”고 지적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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