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인권보호 활동 지원을 위한 ‘북한인권법안’이 또다시 국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지난달 국회 외교통상통일위가 법안을 통과시켜 법제사법위로 넘겼으나, 법사위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2일까지 안건을 전체회의에 상정조차 하지 않아 처리가 불발된 것이다.

‘4월 국회’ 통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야당의 지속적인 ‘발목 잡기’에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의 ‘무관심’까지 겹쳐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2004년과 2006년에 북한인권법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의회가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만, 정작 북한인권의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오히려 우여곡절을 겪으며 표류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 외통위는 지난달 11일 민주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표결을 실시해 북한인권법안을 가까스로 처리했다. 2005년 8월 처음 발의된 이후 상임위 통과에만 4년6개월이 걸렸다. 하지만 이후 법사위는 20여일간의 회기가 남아 있었음에도 이 법안을 상정하지 않았다. 법사위원장은 민주당 소속인 유선호 의원이다. 민주당은 “외통위에서는 어쩔 수 없었지만, 법사위에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통과를 막겠다”는 강경입장이다. 박지원 정책위의장은 “남한에서 북한에 관한 법을 만들어 뭘 하자는 거냐. 인권법을 제정해 북한을 자극하기보다는 식량 지원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북한 주민의 인권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우윤근 법사위 간사도 “현 시점에서 북한인권법은 북한 주민에게 실효성이 없고 남북긴장만 고조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외통위 소속인 민주당 의원들은 법안통과 절차를 문제 삼아 박진 외통위원장(한나라당)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이에 대해 “인류보편적 가치인 인권마저도 정치논리로 접근한다”고 민주당을 성토했지만, 내부에서는 “국회 과반의석을 갖고 있는 집권여당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했다고 말할 수 있느냐”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국회가 열릴 때마다 북한인권법을 ‘중점처리법안’으로 선전해왔다. 하지만 작년 11월에는 한나라당 의원 일부가 불참하는 바람에 ‘정족수 미달’로 외통위 통과 기회를 놓쳤고, 이번에 외통위를 겨우 통과한 뒤에는 ‘세종시’ ‘지자체 통합’ 등의 현안에 밀려 당 지도부가 후속 처리 과정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김성조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26일 당 회의에서 탈북여성의 비참한 사례를 언급하며 “북한인권법은 조속히 상정해 처리해야 한다”며 민주당을 비판했으나, 정작 본지와의 통화에서는 “(인권법이) 법사위를 통과했는데 (다음 단계인) 본회의 상정이 안되고 있다”고 하는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법사위 간사인 장윤석 의원도 “법안이 너무 많아 (인권법 상황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했다.

‘북한인권법안’은 북한인권 실태를 조사하고 관련 연구·정책개발을 수행하는 ‘북한인권재단’ 설립 북한 인권개선 활동 민간단체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임민혁 기자 lmhcoo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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