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은 일단 성공적이다. 그러나 양측 간 교류와 협력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할 경우 회담은 1회성 이벤트로 그칠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역효과까지 우려된다. 교류와 협력의 핵심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찾아내는 것이다. 남·북한 경제교류에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부문을 찾는다면 바로 남한의 자본과 북한의 인력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인력 활용은 과거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되지 않아 여러 가지로 어려움에 봉착할 가능성이 많다.

북한이 대외투자 유치를 위해서 합영법과 합자법 등 외국인 투자규정을 대폭적으로 손질했다고는 하지만 외국 투자가의 신뢰를 확보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주의해야 할 대목은 북한의 노동시장 유연화 조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가장 기본적인 인력의 채용, 관리, 해고에 관한 규정이 자본주의체제하에서의 관행과 전혀 다르다. 가령 북한의 인력채용은 북한 당국의 ‘로력알선기관’에서 배정하고 임금지급도 개별근로자에게 직접하는 게 아니다. 따라서 노동계약은 자본주의 기업에서처럼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북한 당국과 개별기업 간에 이루어진다.

이와 같은 북한인력 활용에 대한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개별기업의 자유계약에 맡겨 놓을 경우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충분히 있다. 실제로 베트남과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현지 인력 활용과정에서 노동인권보호 시비에 휘말리는가 하면 현지 법규정 위반으로 인해 큰 낭패를 보는 등 적지 않은 문제를 경험해 왔다.

따라서 북한에 우리 기업이 진출하여 북한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대책이 다각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고 본다.

첫째, 노동부 내에 북한노동기획단(가칭)을 설치하여 북한인력 활용에 따른 제반 대책을 총체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기획단은 북한인력의 임금교섭, 교육훈련, 노사문제, 분쟁조정 등을 종합적으로 처리토록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북한인력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해 북한에 남한과 같은 인구조사를 실시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북한 인구조사는 93년도에 UN 지원하에 실시된 것이 가장 최근 것으로, 2000년 실태를 반영한다고 볼 수 없다.

셋째, 남북경협 과정에서 산업인력교류 협정 체결이 반드시 검토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북한인력의 직업교육훈련 실시, 제3국에서 북한인력 활용문제, 그리고 노동시장 유연화 등 제반사항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북한 노동규정에 대한 우리 기업의 세밀한 분석과 검토가 요망된다. 북한 노동규정에 대한 정보나 이해 부족으로 우리 기업이 법을 위반했을 때는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북한에서 해당기업의 기업활동이 중대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인력 활용은 북한에는 남한 기술과 기능이전 효과뿐만 아니라 외화벌이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남한에는 인력수급의 원활화에 대한 기대효과가 크다. 더욱이 인적교류는 물적교류에서 얻어지는 것 이상으로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 선한승 노사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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