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10시 13분쯤 북한 국경에서 약 21㎞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규모 6.9의 강진이 발생했다고 미국 지질조사소(USGS)의 관측 자료를 토대로 기상청이 발표했다. 진앙은 북위 42.7도, 동경 130.9도(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남서쪽 110㎞ 지점)로 북한·중국·러시아 3국 접경 지역이다.

그러나 기상청은 "이번 지진의 규모는 컸지만 땅속 562.5km의 깊은 지점에서 지진이 발생해 실제 체감 진도(震度)는 2 수준"이라며 "천장에 매달린 물체가 조금 흔들리거나 정지하고 있는 차가 약간 흔들리는 정도여서 북한 등지에 인명·건물 붕괴 등의 피해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규모는 진원에서의 지진의 세기를, 진도는 지표면에서 느껴지는 지진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로 진원과의 거리와 주변 지형 등에 따라 진도의 크기는 달라진다. 통상 규모 6 이상~7 미만의 지진일 경우 진도가 8~9에 해당돼 건축물이 부분적으로 붕괴되거나 땅에 금이 가는 상황이 벌어지지만, "진원이 워낙 깊어 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없었을 것"이라고 기상청은 말했다.

북한 근접 지역에서 발생한 이번 강진으로 '한반도 역시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지진은 태평양 판(plate·지각과 상부 맨틀을 합한 암석권)이 유라시아 판 아래로 들어가면서 발생한 자연 지진"이라며 "이 일대에선 규모 6 이상의 지진이 2년에 한번꼴로 발생하고 있어 한반도에서도 강진이 일어날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반도 지진은 갈수록 잦아지고 있다. 본지가 기상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980년대 발생한 총 지진 횟수는 남·북한을 합쳐 157회였지만 1990년대엔 259회, 2000년대엔 436회로 급증 추세다. 작년 한해 동안에는 총 60회 지진이 발생, 기상청이 지진 관측을 시작한 1978년 이래 31년 만에 지진 발생 횟수가 가장 많았다. 올해도 불과 한달 반 사이에 지진이 8회 발생해 작년(한달 평균 5회)과 엇비슷한 수준을 기록 중이다.

특히 지진 총 횟수와 강진 횟수 모두에서 남한이 북한보다 훨씬 더 많았다. 1978년 이후 총 5차례 발생한 규모 5 이상의 지진 가운데 4회(80%)가 남한에서 발생했고, 규모 4 이상~5 미만의 지진(총 33회)도 남한이 28회(85%)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1978년 이후 전체 발생 횟수는 남한 199회(71%), 북한 80회 등 총 279회였다.

◆"핵실험 가능성은 낮아"

통일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이 지진이 북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관계기관들과 함께 파악 중"이라며 "아직 북한이 매체들을 통해 (지진 사실을) 보도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지진 발생 지역과 인접한 북한 나선과 중국 훈춘(琿春) 지역의 소식통들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진 얘기는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탈북자들이 운영하는 자유북한방송의 김성민 대표도 "함경북도 회령의 소식통은 지진 소식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2004년 평북 용천 폭발사고 때는 꽤 멀리 떨어진 지역의 주민들도 진동을 느꼈었다"고 말했다.

'핵실험으로 인한 인공지진설(說)' 가능성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진앙인 지하 562㎞ 지점까지 땅을 파내려갔다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라며 "핵실험 등으로 인한 인위적 지진일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중·러 접경지역에서 핵실험을 했을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말했다.
박은호 기자 unopark@chosun.com
이용수 기자 hejsu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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