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이후 파리의 북한 외교 대표부도 개방적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디,

파리 주재 북한 외교 대표부 김선경 참사관은 26일 프랑스의 아시아 담당 언론인 협회 ‘아시아 프레스’가 주최한 공식 석상에 참석, 한국 기자들과 자연스레 어울렸다. 파리 주재 북한 외교관이 남북 정상회담 이후 공식 자리에서 한국 언론인들과 거리낌없이 대화를 나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파리에 근무한 지 2년 6개월이라고 밝힌 김 참사관은 남한 기자들을 향해 “우리가 같은 동포인데 함께 어울리지 못할 이유가 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기자들이 남북 정상회담을 축하하는 건배를 들자는 제의에 선뜻 응하면서 백포도주잔을 들었다. 김 참사관은 향후 유럽 국가들과 북한의 수교에 대해 “프랑스 외무성 성명이 나왔지만, 자세히 읽어보면 우리와 수교하겠다는 말은 없다”면서 “우리와 유럽 국가들이 곧 수교한다는 일부 보도는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참사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방문에 대해 “김정일 동지가 곧 방문한다고 하셨지만, 저처럼 아래에 있는 사람이 말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면서 더 이상 언급을 하지 않았다. 김 참사관은 박명동 주불 한국 대사관 홍보관과 처음으로 인사를 나누면서 서로 주고 받은 명함을 유심히 들여다 보더니 “오랫동안 서로 헤어져 살다 보니 말이 달라서 그런지 홍보관이란 용어가 생소하다”고 했다. 여기에 박 홍보관이 프랑스어로‘relation publique’이라고 설명하자, “아, 우리는 그걸 공보관이라고 합네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김참사관은 자신의 이름 (김선경·김선경)을 한자로 어떻게 쓰느냐는 질문에 대해 먼저 선, 공경할 경’이라면서도 “한자를 안쓰다보니 잘 모르겠다”고 겸양을 보였다.

기자가 언제 점심 약속이라도 하자고 전화하면 응할 것이라고 묻자 김 참사관은 “그럼요, 우리가 못만날 이유가 있겠습니까”라면서 여유있게 응대했다.

/파리=박해현특파원 hhpark@choc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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