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우여곡절 끝에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를 통과한 '북한인권법안'은 미국·일본에 이어 북한 인권과 관련한 3번째 법안이다. 정작 북한 주민의 인권과 관련한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법안 제정이 지연된 것은, 노무현 정부 시절 열린우리당과 현재의 민주당이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로 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미국은 2004년 북한인권법안을 제정해 비효율적인 부분을 보완한 재승인법(2008년)까지 만들고, 일본은 2006년 '납치문제 맞춤형'이라고 할 수 있는 자체 북한인권법안을 수립했다.

◆제도적 기본 틀 마련

이날 외통위를 통과한 북한인권법안의 핵심은 '3년마다 북한인권기본계획 수립→매년 집행계획수립→북한인권실태조사→국회보고'로 이뤄지는 기본 제도적 틀을 마련한 것이다. 통일부 장관은 관계기관과 함께 3년마다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지원방안 ▲북한주민 인권증진 방안 등을 포함한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인권실태조사는 재단법인 형태로 신설되는 '북한인권재단'이 담당하게 된다. 통일부 관계자는 "남북관계의 민감성을 고려하면 실태조사는 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는 것이 낫다"고 했다. 북한인권재단은 또 북한 인권과 관련된 시민단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하게 된다.

물론 이 법안에는 한계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북 인도적 지원의 조건으로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기준에 따라 전달·분배·감시' 등을 명시했지만, 이를 강제할 수단 없이 "~노력한다"는 선언적 표현에 그치고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또 법안심의 과정에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조항이 빠진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황우여 한나라당 의원은 "인권유린 내용이 역사에 기록된다는 것은 당사자에게 큰 부담이기 때문에 기록보존소는 매우 큰 인권지원 장치가 된다"고 했다.


◆일본보다 미국 모델에 가까워

외통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인권법안은 미국 모델에서 많이 참고를 했다"고 말했다. 2004년 상하 양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미국의 북한인권법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예산을 배정하고 인권 개선을 감시할 인권특사를 임명했으며, 탈북자들이 미국으로 정치적 망명을 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또 중국에 대해 "탈북자 강제북송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것도 특징이다.

일본 법안의 초점은 철저하게 자국인 납치자 문제에 맞춰져 있다. 법안 목적에 "납치문제에 대한 국민 의식을 높이고 국제사회와 연계해 실태 해명하고 재발 방지한다"고 규정했고, 국가의 책무로 "납치자 문제 철저조사, 귀국 실현에 최대한 노력"등을 포함시켰다. /임민혁 기자 lmhcoo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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